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동삼동 조개더미 이야기 /송의정

신석기 유적지, 삶의 흔적…먼바다 상어·방어 등 낚아

곰·호랑이 맹수 뼈도 발견, 다양한 사냥법 존재 추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9 19:30:35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해운대구 좌동에 남겨진 구석기 유적을 통해 약 2만 년 전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석기 유적에 남겨진 정보는 석기를 제외하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당시 삶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다음 시기인 신석기시대에 들어오면 상황이 급변한다. 부산을 대표하는 영도구 동삼동 조개더미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많은 자료가 출토됐다. 한반도 전체의 신석기 유적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일반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이 유적은 1929년 일본인 교사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진 이래 9차례 발굴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 부산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지역에서 제1 세대 고고학자를 배출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역으로서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유적인 것이다. 국가에서는 그 중요성에 주목해 1979년 사적 266호로 지정했다.

조개더미 형성에 유리한 이유는 우선 영도 내에서도 비교적 넓은 배후 언덕이 있는 지형이고, 유적의 가운데에 희미하지만 개울과 같은 지형이 있어 마실 물을 구하기에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맞은편에는 아치섬(朝島, 아침섬)이 있으며, 그 사이는 비교적 얕은 바다가 있었고, 다양한 해양생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국립해양대학교가 있는 아치섬에서도 신석기와 삼국시대 초기의 조개더미가 조사된 바 있다.

조개더미에 남겨진 생활시설로는 움집터와 야외화덕 및 옹관묘 등이 있다. 집터는 3기가 확인되었으나 유적 전체에는 더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만들어진 시기는 신석기시대 전반과 중반에 해당한다. 화덕은 지름 60~70㎝의 크기로 가장자리에만 돌을 두른 모양과 돌을 무더기로 쌓은 두 가지 모양이 있는데, 돌무더기 모양 화덕은 현대의 세계 각지에서 육류나 어패류를 조리하는 사례가 남아 있어 같은 기능을 하였다고 간주되며, 그 조리법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동삼동 주민들의 식생활은 어떠했을까? 조개더미에 남겨진 뼈로 보아 먼 바다에서는 상어 방어 다랑어를, 비교적 가까운 바다에서는 돔과 숭어 등을 낚시나 그물로 잡았다. 어류에 비해 수량이 적긴 하지만 강치 바다표범 고래 등 해양 포유류도 작살로 사냥했다. 육지동물로는 사슴과 멧돼지가 대표적이며, 곰이나 호랑이 등의 맹수류의 뼈도 출토되고, 각종 새의 뼈도 있어 사냥의 방식이 다양하였음을 보여준다. 조개류로는 잠수해서 잡는 소라 전복과 홍합 참굴 등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종류가 매우 많은데, 대부분 현재 채취되는 것보다 크기가 매우 커, 식생활 면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추정된다. 식물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재배종으로 조와 기장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원시적인 농경이 동삼동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대량 출토된 토기이다. 이 토기들은 주로 음식을 익히거나 식재료를 저장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동삼동 유적이 신석기시대 전 기간에 걸쳐 주민이 살았고, 시기도 다섯 개로 나누어지는 기준이 된다. 가장 이른 시기에는 바닥이 납작하고 무늬가 없는 작은 그릇과 표면에 진흙 띠로 평행선으로 구성된 무늬를 덧붙인 덧무늬토기가 주를 이루고, 중간 단계에는 바닥이 둥글고 뾰족한 도구로 선이나 점을 새긴 이른바 빗살무늬토기가 다수다. 마지막 시기에는 표면의 무늬가 없어지고, 아가리 둘레에 진흙 띠를 덧댄 겹아가리 토기가 대표적이다.

한편 토기 파편에 사슴을 그려 사슴이 중요한 식재료임을 상징하거나, 곰의 머리를 토제품으로 만들어 중요한 신앙의 대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토기가 마르기 전에 그물로 찍어 무늬를 넣은 파편을 통해 실물이 없는 지금과 같은 정도의 그물코를 가진 그물의 존재를 입증해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눈과 입을 표현한 조가비 가면, 조가비 팔찌, 귓불을 뚫고 끼우는 토제의 귀걸이와 연옥으로 된 고리형 귀걸이 등이 있다.

동삼동 유적은 국내 어느 유적보다 많은 자연과학적 분석을 거쳐 연구되어, 그 결과에 학계 신뢰도가 매우 높다. 출토된 동물 뼈와 숯 등 20개 정도 시료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6000년에 가까운 신석기시대 초기부터 기원전 2000년대 신석기 말기까지의 연대가 확인되어 토기를 기준으로 한 연대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일본 열도에서 만들어진 죠몽토기와 일본 화산에서 분출된 흑요석도 다수 출토되어 이미 당시에 부산에서 보이는 대마도를 통해 열도와 교류하였음을 보여준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동삼동 조개더미에서는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자료가 있으므로, 우리가 가진 유산을 어떻게 연구해서 미래 세대에 넘겨줄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부산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5. 5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10. 10농식품부, ‘한우의 날’ 맞아 최대 63% 할인 행사 진행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국제신문 지켜야” 시민단체 대표·원로 29일 법원 앞 선다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