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지방 싫다는 산은, 이것이 분권 이유다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22-06-15 19:49:5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션을 받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 간 대립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과열되고 있다. 산은 직원들이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산은의 경쟁력 약화’지만 속내는 ‘서울을 떠나기 싫다’는 강력한 의지다. 일부를 제외하면 날 때부터 ‘서울내기’인 그들에게 지방 생활이란 소똥 냄새 풀풀 풍기는 시골로 가는 유배와 매한가지 일테다. 이전 대상지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이라도 그들에게는 ‘지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왜 지방근무를 싫어할까. 단순히 생각하면 서울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기 좋다는 말은 돈이 모이고, 잘 짜여진 교육 여건과 문화시설 등이 이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예술 문화 복지의 중심지다. 경제를 구성하는 금융 유통 기업 등을 쪼개어 보더라도 서울이 중심지임은 자명하고, 예술 분야를 회화 음악 영상 등으로 나눠보더라도 역시 중심지는 서울이다. 서울에서만 열리는 인기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서울로 올라가고, 연예인 보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하는 데도 불평없이 살아온 소위 ‘지방사람’과는 달리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들은 당연한 일로 여긴다. 오히려 하나라도 뺏길까봐 노심초사다. 수십 수백 수천 가지 분야에서 중심지인데도 그 중 딱 한 가지, 금융만이라도 부산으로 옮겨달라는 지방민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방분권을 외친 지 20년이 지났지만 서울내기들이 아직도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면 지방분권은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동남권 호남권 강원권 어디를 가나 비슷한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처럼 격렬한 반대는 하지 않을 테니까.

금융기능을 서울과 부산으로 이원화해서는 안 된다는 서울내기의 말을 듣자. 다만 그들이 생각하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해야 한다. 지역이 살려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협중앙회 등 모든 금융 기능을 부산으로 가져와야 한다.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금융단지를 동시에 키울 게 아니라 부산 문현금융단지를 대표 금융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공기업 이전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공기업들이 지역인재 의무할당을 시행하면서 부산대 상과대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대학보다 심지어 서울대보다도 금융공기업에 취업하기 쉽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인재와 금융기관이 몰리면서 부산시와 부산대도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할 테다.

몇 년만 더 지켜보자. 금융공기업을 목표로 부산대로 몰린 인재들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서울로 갈까. 그렇지 않다. 꿈의 직장인 금융공기업이 부산에 밀집해 있으니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이 젊은이들은 부산에서 금융공기업에 취업한 뒤 세계 최고의 금융중심지 부산을 꿈꾸며 지역을 이끄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 논리를 조금 더 확장해 보자. 만약 에너지산업을 전라도에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관련 기관이 전라도에 모여든다면. 부산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전라도로 모여들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 관련 기관을 강원도로 집중시킨다면 또 어떨까.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괜찮은 직장이 수두룩하고, 인재들도 넘쳐나는 세상이 펼쳐질 테니 지역균형발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반대로 금융 에너지 관광 분야의 주도권을 빼앗긴 서울은 손해일까. 아니다. 1000개를 가진 이가 3개를 나눠준다고 경쟁력이 떨어질까. 오히려 인구 분산 효과로 삶의 질은 높아지고 부산 전라 강원 등 지역 거점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지방은 단 3개만으로도 변화를 꿈꿀 수 있다. 최고의 금융기관인 산업은행도 이제는 몽니를 부리지 말고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길 기대해 본다.

유정환 경제부 차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2. 2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3. 3화물연대-정부 28일 첫 교섭…결렬 땐 업무개시명령
  4. 4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5. 5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6. 6서울~거제 남부내륙철도 '단절 구간' 없어진다
  7. 7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8. 8[부랑인 시설 인권유린 증언] <4>14살에 영화숙 생활 박경훈 씨
  9. 9[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10. 10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1. 1‘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2. 2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3. 3윤 대통령 지지율 최대폭 상승, 30%대 중반 재진입
  4. 4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당 지도부보다 '친윤' 4인방 먼저 불러
  5. 5전공노 "조합원 83.4%가 이상민 파면 찬성"
  6. 6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예고 "내일 국무회의 직접 주재"
  7. 7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8. 8관저회동 尹·與, 이상민 파면 일축…野 “협치 포기 비밀만찬”
  9. 9김정은 둘째딸 잇달아 공개 후계자 수업?
  10. 10"2045년 우리 힘으로 화성 착륙" 윤 대통령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1. 1화물연대-정부 28일 첫 교섭…결렬 땐 업무개시명령
  2. 2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3. 3서울~거제 남부내륙철도 '단절 구간' 없어진다
  4. 4부산항 컨 물량 80% 급감…공사현장 시멘트·레미콘 동났다
  5. 5향토 소주 명성↓…부산대학생 지역 소주 프로슈머로 나서
  6. 6가상자산 과세 내년 시행하나
  7. 7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출범…부울경 항공우주 ‘메카’ 첫 걸음
  8. 8수소차 밸브 글로벌 선두주자…선박·기차 분야로 영역 확장
  9. 9부산세계박람회, 파리를 덮다...기업들 총력 지원
  10. 10신감만부두 재공모에도 단독 응찰...우선협상자 선정 절차 돌입
  1. 1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2. 2[부랑인 시설 인권유린 증언] <4>14살에 영화숙 생활 박경훈 씨
  3. 3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4. 4해경, 남천마리나 무단사용 혐의 입주업체 송치
  5. 5통영~거제 시내버스 환승제 전국 최우수 선정 주목
  6. 62개월 여정 끝낸 갈맷길 원정대…전 구간 완보는 25명
  7. 7“가족도 시설도 노인부양 부담 가중…지역사회 돌봄은 시대 과제”
  8. 8고리 2호 연장 공청회 파행에도 강행, 한수원 ‘원안법 규정 악용’ 꼼수 의혹
  9. 9점심식사 시간 활용해 건강검진…의료버스, 질병예방 파수꾼 역할
  10. 10부산진구·북구 공유주택 구축…맞춤형 집 수리도 진행
  1. 1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2. 2[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3. 3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4. 4스페인 독일 무 일본은 패 죽음의조 16강 안갯속
  5. 5'한지붕 두가족' 잉글랜드-웨일스 역사적 첫 대결
  6. 6아시아의 약진…5개국 16강 가능성
  7. 7‘김민재 출격’...벤투호 가나전 승리 노린다
  8. 8경기장 춥게 느껴질 정도로 쾌적, 붉은악마 열정에 외국 팬도 박수
  9. 9[조별리그 프리뷰] 에콰도르-세네갈
  10. 10완장의 무게를 견딘 에이스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병주 문학 콘서트
축구공의 공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우주항공청’ 시동…부울경 우주경제 도약 디딤돌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