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밥상머리 화두는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실제 국제신문 홈페이지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취임)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약 33개월간 8499건의 기사를 남겼다. 월평균 258건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취임 후 2월 1일까지 12일간 87건의 기사에 이름을 올렸다. 한달로 변환하면 218건에 육박한다. 다만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구속기소돼 대통령 임기의 종착역을 지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대통령에 취임해 사실상 출발역에서 뛰는 게 차이점이다.
처지는 다르지만 두 인물을 생각하면 공통적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상식이란 사전적 의미로 특정 사회나 문화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지식이나 가치관을 말한다. 이는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해와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뉴라이트 성향의 김형석(고신대 석좌교수)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면서 기자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인물로 꼽혔다. 김 이사장은 과거 한 보수단체 강연에서 “1948년 이전엔 우리 국민은 없고 일본 국민만 있었다”는 등 뉴라이트적 역사관을 내비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임명 전부터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와 친일반민족행위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성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앉히려 한다”며 반발했다.
김 이사장에게 역사와 관련한 자리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역할이 주임무인 독립기념관장에 1948년 이전엔 일본 국민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인물을 내세워야 했을까. 이는 마치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이를 노조위원장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13일 경향신문은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 8개 공공기관과 위원회에 최소 21명의 뉴라이트 인사들이 25개의 요직을 맡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역사 관련 기관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꽂아넣는 실태가 드러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다들 예상하듯 12·3 계엄이다. 검찰수장 출신으로 ‘공정과 상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이 1979년 이후 처음으로 계엄을 선포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45년 전으로 되돌렸다. 그것만으로도 상식에 맞지 않는데 지금은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을 주축으로 탄핵 찬성과 반대를 등가에 놓고 저울질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년 만에 11명을 탄핵 대상에 올리는 상황이 괘씸하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1975년 캄보디아의 급진좌익무장 단체 ‘크메르 루즈’가 집권 후 반대 세력을 대량 학살한 ‘킬링필드’ 같은 방식의 계엄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연하려고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진 않아 보인다.
지난달 20일 공식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전부터 상식적이지 않은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지난달 18일 트럼프 밈을 출시한 데 이어 며칠 뒤 멜라니아 코인도 발행했다. 트럼프 밈코인은 한때 3만 %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21조 원에 이르기도 했다. 가족이 대통령직으로 돈벌이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식 행보로는 그린란드 매입을 주장하며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거론해 왔다. 또한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세계 각국을 상대로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트럼프 자택을 방문하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건설해 운영한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미국 선박에 대한 과도한 비용 부과와 중국의 영향력 등을 내세워 통제하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이 세계 안보를 지키는 ‘세계경찰’ 역할을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안보와 경제 보호만을 추구하며 세계경찰 역할을 내려놓는 순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캐나다는 2일 25%의 보복관세를 천명했으며, 멕시코도 보복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그린란드를 보호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관세에 관세로 맞서려는 미국 외 국가들이 연대해 미국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하면 결국 미국이 주도한 세계 평화를 일컫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면서 그동안 미국이 누렸던 많은 권한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최근 들어 이 두 명의 대통령을 보면서 ‘이들이 생각하는 상식은 뭘까’ 궁금해진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최소한 “이건 잘못됐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유정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