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남 산청 등 영남권에서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대기를 타고 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탓에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하동 옥종면까지 확대됐고 6일째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26일 정오께 산청 시천면 구곡산 일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안으로 산불이 확산했다. 지난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은 북쪽 안동시로 번져 불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또다시 근접했다. 의성 산불은 영양, 청송, 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번졌다.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역대 최악의 산불에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상황은 심상치 않다”며 “최악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속히 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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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야산에서 입암면 의용소방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산불사태로 사망자가 26일 오후 4시 기준 경북 20명, 경남 4명 등 시간이 지날수록 늘면서 역대급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경북 사망자들은 주로 도로, 주택마당 등에서 발견됐다. 정부는 급히 번지는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했거나 대피하는 과정에서 차량사고 등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민도 크게 늘어 2만7000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산불 후속 대처를 더 빨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의성 산불이 확산하는 데도 위험 지역 주민을 미리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불길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 대피명령을 한꺼번에 발송하면서 사상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탈출 길 차량에 불씨가 붙어 화를 당하기도 했다 .
봄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예방을 위한 감시시스템과 산불 진화 방식 등 체계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무엇보다 산불 예방과 초기 진화 활동을 하는 진화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산청 산불로 숨진 진화대원 3명 모두 60대였다. 2022년 기준 진화대원 평균 연령은 61세, 고령자(65세 이상) 비율은 33.7%에 이른다. 체력과 기동력이 중요해 고령자들에겐 한계가 따른다. 전문적으로 산불을 진화하는 진화대도 크게 부족하다. 진화인력 관리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날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70대 기장이 사망했다. 이 헬기는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행했다. 추락 원인은 현재 조사중이나 헬기 노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중·대형 헬기는 39대에 그친다. 헬기 노후화·정비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수년간 지적됐다. 정부는 대형 헬기와 고성능 산불특수진화차 등 전문 장비 도입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산불 대응 시스템의 혁신적인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