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막일까지 흥행 실패 우려가 많았던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4월 13일~10월 13일)’가 핵심 건축물인 ‘그랜드 링(Grand Ring)’ 인기에 힘입어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랜드 링은 둘레 2㎞, 폭 30m, 지름 615m, 높이 12~20m인 목조 원형 건축물로 건축 면적만 6만1000㎡에 달한다. 12m 높이의 상부를 걸어다니며 링 안에 마련된 전 세계 전시관을 훑어보거나 매일 열리는 레이저쇼와 일몰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하부의 그늘에서는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으므로 실용성까지 가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랜드 링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 후지모토 소우 후지모토소우건축설계사무소 소장이 디자인한 건축물이다. 지난 4일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까지 받았다. 후지모토 소장은 한 인터뷰에서 “그랜드 링은 다양성의 상징이면서도 연결과 통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400년을 버텨온 일본 목조건축의 정수도 여기에 실렸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그랜드 링은 삼나무와 편백 등 목재를 못을 쓰지 않는 일본 전통공법으로 짜맞추며 엑스포의 하이라이트 구역인 ‘시그니처’와 ‘해외전시관’을 감싸고 있다.
일본 전통공법 건축물로는 교토의 청수사(靑水寺·기요미즈데라)가 유명하다. 1633년 지어진 이 절은 18개 대형 목조기둥이 절벽 위에 세워진 절을 지탱하고 있는데, 기둥이 되는 나무에 구멍을 뚫은 뒤 가로 세로로 나무를 교차시켜 지지대를 만들었다. 후쿠오카현 다자이후텐만구(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 인근 ‘스타벅스 다자이후 오모데산도점’도 전통공법이 활용됐다. 나무막대기 2000개를 못과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엮는 방식으로 입구부터 실내 구석구석까지 장식해 포토존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랜드 링이 전통공법으로 지어진 청수사, 스타벅스 다자이후 오모데산도점과 다른 것은 기둥 접합부에 철제 조인트를 넣는 등 안전 보강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양한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엑스포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전통공법에다 현 시점에 맞는 보강 조처를 가미한 것이다. 문득 세계와의 연결이 강조된 그랜드 링이 빙글빙글 돌지만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한일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이 세계와의 연결을 강조한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한일 관계에도 현대적 안전 보강(과거사의 진취적 해법 모색 등)을 가미해 ‘신 한일 관계’ 모색까지 나선다면 한층 의미가 커질 듯하다.
유정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