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대부분 ‘농활’이 아주 익숙할 듯하다.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농촌으로 가서 일손을 거드는 한편 농민과 교감을 통해 현지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대학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각 계층 간 연대 등에 열의가 강할 때여서 이 같은 대의에 공감하는 학생이 많았다. 총학생회가 주도한 발대식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전국의 농촌으로 흩어져 비지땀을 흘렸다. 농활의 시대였던 셈이다.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농활에 관한 관심은 이전에 비해 줄어든다. 대학 내에서 탈정치화 분위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데다 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하는 세대가 입학하게 된 것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부에선 농활과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 참여율 저조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애초 내세웠던 순수한 연대보다는 ‘농민 의식화 교육’에 중점을 두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런 요소들이 학생들의 외면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세상이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만큼 이제는 수십 년 전 대학가에서 유행하던 방식의 농활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하지만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당위성까지 부정해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한 ‘농촌일손여행’은 이때문에 눈여겨볼 만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이 사업은 이전의 농활이 갖고 있던 취지에 여행 개념까지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신세대 농활’ 프로젝트다.

참여 대상은 국립대 농과대학 대학생이다. 주제는 ‘일하고, 만나고, 즐기고’다. 농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며 농촌 관광까지 한다니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특히 농식품부는 농촌 관계인구를 만들고자 지역별로 ‘시골 친구’를 사전에 선정했다. 대학생들은 이들과 함께 농촌 일손 지원, 농촌 관광 및 체험 행사를 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1404개 읍·면 가운데 726곳(51.7%)이 소멸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농식품부의 이번 사업은 농촌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대학생들도 이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농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터다. 농촌과의 연대에 진심이었던 선배 세대의 의지가 신세대 농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