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하며 국내 증권시장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KRX) 입지 약화는 ‘금융중심지 부산’ 정책에 악영향을 끼치고 부산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체거래소가 급성장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증시 상황을 나타내는 전광판. 연합뉴스

ATS는 기존 거래소 외에 주식 거래가 가능한 민간 플랫폼으로 국내에선 지난 3월 NXT가 출범했다. 12일 기준 NXT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2억250만 주, 거래대금은 8조2446억 원이다. 같은 기간 KRX 일평균 거래량의 17.4%에 해당하며 거래대금은 KRX의 50.8%에 이른다. NXT는 거래대금 점유율이 출범 첫 달인 3월 3.8%에 불과했으나 7월 31.8% 이달 33.7%로 상승가도를 달린다. 출범 시 10종이었던 상장종목 수는 현재 788개 늘었다. NXT 운영으로 투자자 선택권이 확대됐으나 KRX 기능과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 NXT 급성장 배경에는 증권사 SOR(자동주문전송시스템) 구조가 제기된다. 수수료, 주문규모 등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거래소 보다 거래시간이 길고 낮은 수수료를 받는 NXT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간 외(오후 4~6시) 거래 주문에서도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취급하는 NXT에 주문이 몰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NXT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KRX는 비상이다. 거래량과 투자자 관심이 NXT로 쏠리면서 KRX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무늬만 부산 본사인 KRX를 빈껍데기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기업을 유치하며 금융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부산시 금융중심지 조성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더 큰 문제다. 앞서 부산 시민단체가 이런 사태를 우려했으나 KRX 경영진은 안일하게 대처했다. KRX는 뒤늦게 주식거래 시간을 NXT와 동일하게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까지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규 거래 시간은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이다. 거래 시간을 늘리는 일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KRX 기능 강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NXT가 KRX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시장 감시 의무가 없는 것은 논란이다. NXT의 주요 주주는 증권사들이다. NXT가 거래대금 수익은 거두면서 KRX가 구축한 시장 감시와 청산 기능을 저렴하게 이용한다. 금융당국은 관련 비용 현실화와 NXT의 시장왜곡 사례에 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하겠다. 또한 전체 시장 거래량의 15%, 종목별 최대 30%까지로 ATS 점유율을 제한한 현행 규정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NXT의 긍정적 효과는 살리되 KRX 기능을 강화할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할 때다. 부산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NXT 부산 본사 유치 재추진 등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을 만들어 정부에 요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