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00억 원대에 인수했다. 국내 매수자를 찾을 수 없었으나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론스타는 약 4조 원대의 배당·매각 이익을 챙기고 떠났다. 토종 펀드를 키워야 외국자본에 또 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한국형 사모펀드 육성에 나섰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자금을 모집해 운용하는 투자펀드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2024년 153조 원으로 규모가 커졌고 운용사는 437개다. 대표적인 회사는 MBK파트너스다.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김병주 회장은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0대 때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계 칼라일에서 일하다 2005년 회사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대형 투자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포브스가 올해 4월 발표한 한국인 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자산은 97억 달러(13조5000억 원)로 추산된다.

최근 여러 문제가 입길에 오르며 그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MBK가 인수한 지 10년 만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자금 7조5000억 원의 절반 이상인 5조 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투자금과 수익을 회수하려 알짜 점포를 줄줄이 매각했다. 남의 돈으로 기업을 비싸게 사들인 뒤 자산 매각으로 배를 불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MBK가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롯데카드가 최근 외부 해킹 공격을 받아 고객 297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 중 28만 명은 카드번호, 비밀번호, CVC(카드 뒷면 숫자 3자리)까지 유출돼 부정 결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MBK는 2020년 롯데카드를 3조 원에 팔겠다고 내놨다가 실패했고 지난 5월 2조 원으로 몸값을 낮췄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매각에만 열을 올리다 비용 절감을 위해 보안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아니라는 공지까지 했다.

비난을 의식한 김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매수자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홈플러스 15개 매장 폐점을 보류하겠다고 지난 19일 약속했다. 정상화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MBK의 부실 경영이 논란이 되면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사모펀드의 국내 진입,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21일 제안했다. 사모펀드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책임 경영과 투명성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