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세계에 입문한 나 같은 백돌이들은 항상 궁금해한다. 싱글이나 보기플레이어와 비교할 때 그들보다 실력이 살짝(?) 떨어지는 것 같은데 게임이 끝나보면 왜 항상 10~20타 정도 차이가 날까에 대해서다. 물론 실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끗 차이’가 반복되면서 큰 차이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그린 앞 벙커가 있을 때 백돌이의 공은 벙커 턱을 맞춘 뒤 벙커로 쏙 들어갈 때가 많다. 벙커에서 추가 실수가 이어지면 더블파(양파)에 가까운 스코어를 낸다. 반면 고수들은 벙커 턱을 맞추더라도 공이 ‘엣지’에 멈추거나 그린에 올라가면서 파 또는 보기를 기록한다. 한 끗 차이가 3, 4타 차이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미묘한 차이가 반복될수록 고수와 백돌이의 간격은 멀어진다.
부산도 ‘한 끗 차이’에 신음하고 있다. 특별법까지 제정했으나 착공조차 하지 못한 가덕도신공항, 부지까지 마련했으나 부산사무소 설치에 그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가덕도신공항의 거점 항공사를 만들고자 했으나 진에어에 흡수되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 문제가 그러하다.
먼저 가덕도신공항은 2020년 11월 김해공항 확장안이 백지화 수순을 거치며 신공항 건설에 탄력이 붙었다. 국토부는 연약지반, 비행공역중첩, 선박과 비행기의 충돌 등 3가지를 내세운 3불가론으로 막아섰고, 수도권 언론들 역시 국토부의 논리를 앞세워 국민을 호도했다. 하지만 부산은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큰 표차로 좌절되자 급할 게 없어진 국토교통부의 늑장 대응까지 겹쳐지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계약된 공사기간을 2년 연장(84→108개월)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이 나온 데다 이보다 5개월 더한 113개월이 적정한 공기로 검토했다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발표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공기 지연은 기정사실로 봐야할 것 같다. 결국 개항 시가는 2029년에서 2035년으로 늦춰질테고, 추가 연기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산은 부산 이전 역시 산은법 개정 논의까지 이뤄진 상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정권교체로 없던 일로 돼버렸다. 상징적으로 윤 전 대통령과 그의 경제교사 강석훈 산은 전 회장이 주도하던 산은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중앙대 법대 동문 박상진 산은 회장이 합작해 산은 부산 이전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 수년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산은 부지를 마련해 놓고도 법개정에 힘을 싣지 못한 부산시의 아쉬움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 역시 한 끗 차이로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가덕도신공항 거점 항공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한 에어부산마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의 기업인들과 시민단체는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을 향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했으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부산시와 엇박자를 내면서 기회를 놓쳤다. 그동안 부산을 거점으로 둔 에어부산이 수익보다는 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신규노선 개발에 앞장서 왔지만 당장 진에어에 흡수될 상황에 놓이자 에어부산과 부산의 연계 역시 느슨해지고 있다. 이 빈자리를 노리고 이스타항공 등이 지역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수익보다 지역민을 우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끗 차이로 좌절만 반복하는 부산에 남은 것은 북극항로 개척 등을 위한 해수부 부산 이전과 기능 강화다. 올해 안으로 임시청사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해수부는 오래지 않아 본청사 건립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해수부와 해수부 산하 기관의 부산 이전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어 속도도 나고 있다. 다만 이전 기관으로 거론되는 10여 곳 중 실제 이전할 기관이 확정되지 않았고, HMM 이전 역시 논의만 되고 있는 상태여서 자칫 한 끗 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산은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중국 고전에 ‘호리지차(毫釐之差) 천리지차(千里之差)’라는 말이 있다. 작은 빗나감이 쌓이면 결국 천리의 거리만큼 어긋난다는 뜻이다. 부산의 상황은 이미 호리지차를 몇 번이나 겪은 상태다. 마지막 희망인 부산의 해양수산 기능 강화마저 흐지부지 추진된다면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 해양수산 분야 경쟁력의 상실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전 장관은 해수부 이전과 동시에 산업부의 조선·해양플랜드, 국토부의 항만·물류 기능을 해수부로 일원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않으면 마른 모래 위에서 힘들여 노를 젓는 수고를 해야하는 데다 결과적으로 배를 바다에 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정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