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정부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부산 유치 활동 과정과 실패 원인을 담은 백서를 최근 내놓았다. 백서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과도한 낙관론, 경쟁국 대비 뒤늦은 교섭 활동,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에 대한 타깃형 해외홍보가 부족한 점 등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에서 29대 119로 참패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와 치밀한 유치 전략이 없다면 국가적 대형프로젝트를 유치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2030엑스포 부산 유치 과정과 실패 원인을 담은 백서를 내놓고 부산시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청 제공

부산 엑스포는 처음엔 부산시를 중심으로 국내 홍보에 집중하다가, 정부와 민간 유치위원회 등 범국가적 추진체계를 갖춘 뒤인 2022년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백서는 근거도 없이 70~80표를 자신할 정도로 “대통령실의 유치 성공 기대감이 컸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통령실 보고 과정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엑스포 유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5회에 걸쳐 진행됐으나 설득 메시지가 부족하고 인기 한류 스타들만 등장시켰다는 평가다. 경쟁국 대비 유치 활동을 뒤늦게 시작해 지지세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엑스포 백서는 비상계엄과 조기 대선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발간됐다. 유치 실패 2년 만에 나온 늑장 반성문인데 내용이 실망스럽다. 참패 원인을 진단하는 중요항목인 ‘총평, 시사점’은 총 306쪽 중 19쪽에 불과하다. 예산 설명도 고작 2쪽에 그쳤다. 부산시와 정부 유치위원회가 예산 1217억 원을 썼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나와있지 않다. 상공계가 2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는 등 수백억 원에 이르는 시민 기부금 사용처도 알 수 없다. 엄정한 평가와 반성 없는 백서가 향후 엑스포 재추진 여부와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국제 행사 유치는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 원인 분석과 반성이 없다면 시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당시 경쟁국의 ‘금전 투표’ 탓을 하던 부산시가 2년이 지난 지금도 사우디아리비아의 자금력과 외교력이 실패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이 자신하던 프레젠테이션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부산시는 백서를 공개하면서 시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040엑스포 재도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남·전남과 함께 해양과 섬을 주제로 하는 엑스포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시민 합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시민단체 지적이 잇따랐다. 부산시가 ‘엑스포’ 재추진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재도전이 가능하다면 일정과 전략을 제시하고, 불가능하다면 그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겠다. 그 이후 공청회, 토론회 등 공식적으로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