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낙동강 하구 환경보존을 위해 25년 만에 수립하는 ‘낙동강 하구 일원 관리기본계획’에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환경 생태 모니터링에다 기후변화라는 변인을 추가해 보다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급격한 생태 교란을 겪고 있는 낙동강 하구 보존과 복원을 위해 부산시는 몇가지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낙동강 하구를 ‘기후변화 취약 습지’로 지정해 국립생태원 환경부 등의 정책 지원을 유도하는 게 그 중 하나다. 엄궁·장낙·대저대교 건설을 위해 만든 철새 대체서식지를 ‘기후위기 대응형 복원 습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서식지 모니터링 강화, 기후와 조류 서식 상관관계 연구 등도 포함됐다. 본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시리즈를 계기로 부산시가 마련한 후속 조치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4월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 도요등에서 낙동강 에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지난 4개월간 본지 취재팀이 기사 사진 영상을 결합해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도한 낙동강 하구의 실태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삼각주(도요등 대마등 진우도) 일대는 여름철새 쇠제비갈매기의 천국이었다. 하얀 모래 위에 이들의 알이 수도 없이 깔려 있어 사람이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20여년 만에 쇠제비갈매기는 그림자도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매년 11월이면 몰려들던 겨울철새가 3년 전에는 무더기 지각 사태까지 빚었다. 하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개발 행위로 먹이는 급격히 줄고 쉴 곳이 사라지며 생태계 교란종만 급증한 탓이다. 모두 20년 전에 비해 평균 0.9도나 오른 기후변화의 결과다.

그동안 낙동강 하구 보존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생태 환경 인식에 불이 붙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낙동강 본류를 따라 맥도·삼락·대저 생태공원이 조성됐고, 하구와 을숙도 등지에는 철새 인공습지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초기에 마련된 이런 서식지가 실제로는 철새 생태에 맞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바람에 유명무실을 넘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인공 서식지의 양적 확대는 그럭저럭 이뤘지만 질적 수준은 낮았던 것이다.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5~6개 보호구역으로 중첩 지정된 낙동강 하구는 지금도 여전히 개발과 보존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다. 낙동강 하구에서 더 이상 쇠제비갈매기 멸치 맹꽁이 잘피가 살 수 없다는 건 그들과 함께 공존해야 할 사람의 거주공간에도 부적당하다는 의미다. 부산시는 금정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낙동강 하구와 을숙도 일대를 국가정원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해 산 강 바다를 아우르는 생태축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이제는 근시안적이고 파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낙동강 환경 관리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세대가 잘 살고 미래 세대에게 좋은 걸 물려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