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약 12년 전 해양수산부가 재출범했을 무렵 3년6개월가량 출입한 적이 있다. 출입 전에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해수부 재출범 과정도 지켜봤었다. 기자가 담당하던 당시 재출범 해수부는 4선 국회의원이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해 의욕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려던 시기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그럼에도 당시 해수부 공무원들은 처음으로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어 고무돼 있었던 것 같았다. 해수부는 경제부처가 몰려 있던 정부과천청사에 있지 않고 서울의 여러 빌딩을 임차해 ‘떠돌았던’ 경험이 있다.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맞았던 해수부는 당시에는 기획재정부 옆에 있었고 기재부 출입기자들이 해수부 출입을 겸하면서 해수부 기자실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10여 년이 흘러 세종시 정착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기에 갑자기 부산행을 하게 돼 직원들은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 부산시대를 맞은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해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산은 해수부 모태다. 부산은 서울 외에 유일하게 대한민국 임시 수도를 했던 곳이다. 현재 부산의 해수부 임시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교통부’라는 지명이 있다. 택시를 타고 ‘교통부 가자’고 하면 범곡교차로로 갈 것이다. 범곡교차로는 ‘교통부 교차로’ 또는 ‘교통부’라고 불린다. 그곳에 대한민국 교통부 청사가 3년간 있었다. 현재 해수부는 그 교통부 해운국 후신이다. 수산 분야 역시 부산에 본원을 둔 국립수산과학원, 상공부 수산국을 기반으로 하기에 해양수산 모든 분야는 부산이 시작이요, 고향이 된다.
해수부는 고향 부산에서 해야 할 일이 많고 관리해야 할 것도 산재돼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세종청사 부처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도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수산 발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해수부는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을 해야 할 만큼 막중한 임무를 갖는다. 업무 중복이 있는 분야(조선, 해양플랜트, 크루즈, 해양관광 및 레저, 기업 지원 등)에서는 타부처와 협의체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업무 이관도 받아내야 한다. 업무 이관 로드맵도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로 진행되는 것이 좋은 기회다. 타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해양수산 업무에 지장을 받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면 생중계로 이를 지적하는 담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해수부 장·차관이 ‘예스맨’이면 곤란하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타부처 공무원들보다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정책 입안 때 다양한 전문가 네트워크도 가져야 하며 국제 감각도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와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해수부가 부산에 왔다고 해서 국가 예산 집행이나 정책의 모든 것을 부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부산 중심성’을 지키면서 전국적 네트워크를 부산과 해양에 집중시키는 일이 부산 시대를 맞는 해수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우리는 중앙 부처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와 직접 대화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왔는데도 바뀌어야 할 점이 또 있다. 연초가 되면 해양수산 신년 인사회가 부산에서도, 서울에서도 열린다. 여태까지는 서울 행사는 전국 행사로, 부산 행사는 지역 행사로 개최됐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민간 주최로 열리더라도 해양수산부 최고위층은 불참하는 방식으로 부산 행사에 힘을 실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시대를 맞아 국무회의까지 열었는데 서울 행사에 해수부 최고위층이 참석하거나 영상 축사를 보내는 것은 이제 곤란하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마찬가지다. KMI도 새해 초 전망대회를 서울에서 열고 그 이후 지역 행사 격으로 부산에서 개최한다. 공공기관 이전 취지를 망각한 행태다. 여태까지는 해수부가 부산에 없었기 때문에 용인됐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자신이 근거를 두고 있는 곳이 중앙이고 중심이다.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