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청년이 지역에 남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돼야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26-09-02 18:56:3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대가 전남대 충남대와 함께 정부의 ‘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 사업’ 첫 지원대학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구체화한 것으로 부산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700억 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 학부교육 혁신을 위한 일반 재정지원 등을 통해 전년 대비 200억~300억 원이 추가되면서 총지원금은 5년간 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대는 이를 바탕으로 혁신제조융합대학과 AI대학을 만들고 전략산업 AX(인공지능 전환)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조선·해양과 미래모빌리티, 우주항공·방산, 원전·에너지 등 동남권의 미래 산업을 대학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대학에 대규모 국가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도권으로 향하던 지역 인재와 돈을 지역으로 돌려놓겠다는 정책 방향은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부산대를 서울대만큼 좋은 대학으로 만들면 부산 청년은 부산에 남을까?

지난 20년간(2004~2024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23만7000여 명이다. 그 중 19~34세 청년이 18만6000여 명(78.7%)에 달했다. 이들이 부산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부산 청년의 타 시·도 전출 사유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커져 왔다. 좋은 대학이 없어서 부산을 떠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부산대는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경기 인천 출신 입학생 비율이 13.9%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2024학년도 6.5%, 2025학년도 9.2%에 이어 3년 연속 크게 늘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등 거점국립대 지원 확대 분위기가 수도권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대 등 거점국립대 지원이 실효를 거두려면 일자리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 부산에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지만 정작 그 인재는 수도권 기업에 뺏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산대도 이번 사업을 통해 조선·해양과 혁신제조, 우주항공·방산 분야에 기업 수요를 반영한 특화 교육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업과 공동연구소를 세우고 산업현장과 대학 교육을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물론 대학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청년에 필요한 것은 취업상담 몇 번이나 취업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도권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임금을 받고, 경력을 쌓고,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는 노동시장이다. 여기다 문화와 주거, 교통까지 갖춰지면 부산에 남을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지역거점국립대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관으로 매칭을 시킨다면 금상첨화다.

결국 부산대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서울대’가 아니라 부산과 동남권 산업을 움직이는 대학이어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에 이미 있는 산업과 대학의 연구 인재를 결합해 ‘수도권에는 없는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부산은 오랫동안 청년에게 “떠나지 말아달라”고 했다. 청년정책을 만들고 주거비를 지원하고 창업을 독려했다. 하지만 청년에게 애향심을 요구하는 것으로 도시의 미래를 지킬 수는 없다.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은 청년에게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청년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만드는 도시의 조건이다. 5년 뒤 우리는 세계대학 순위와 연구 실적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부산대 졸업생 몇 명이 부산·동남권에서 일하고 있는지, 수도권에서 내려온 학생 가운데 몇 명이 이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를 물어야 한다.

좋은 대학이 있는 도시와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부산대를 서울대처럼 만드는 데 수천억 원을 쓰는 동안에도 부산역에서는 서울행 열차가 떠난다. 그 열차에 올라타는 부산 청년을 줄이지 못한다면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서울로 인재를 보내는 대학 10개를 만드는 ‘비극의 씨앗’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부산대의 진짜 성적표는 부산에 남은 청년의 숫자로 매겨져야 한다.

유정환 사회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8. 8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