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만 만(艸-9)백성 민(氏-1)스스로 자(自-0)잘될 화(匕-2)

‘한비자’에서는 ‘노자’의 무위를 빌려 군주 일인의 통치에 적극 활용할 것을 주장했는데, ‘노자지귀’에서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다음 글은 ‘以正治國(이정치국)’편에 나온다.

“主者, 天下之心也. 氣感而体應, 心動而身隨, 聲響相應, 形影相隨, 不足以爲喩. 是故, 人主誠能爲無爲之爲, 則天下之心皆無所之. 被道含德, 無思無求, 無令無法, 萬民自化.”(주자, 천하지심야. 기감이체응, 심동이신수, 성향상응, 형영상수, 부족이위유. 시고, 인주성능위무위지위, 즉천하지심개무소지. 피도함덕, 무사무구, 무령무법, 만민자화)

“군주는 천하의 마음이다. 기운이 느껴지면 형체가 반응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따른다. 이는 소리와 메아리가 서로 반응하고 형체와 그림자가 서로 따르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이치를 다 말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군주가 참으로 무위를 실천할 수 있다면 천하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엉뚱한 곳으로 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요컨대, 군주가 도를 걸치고 덕을 머금고 있으면, 깊이 생각하거나 구하는 게 없어도 또 명령이나 법령이 없어도 온 백성들은 스스로 교화된다.”

이는 ‘도덕경’ 57장에 나오는 ‘我無爲而民自化(아무위이민자화)’ 곧 “나는 무얼 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스스로 교화된다”는 구절에 대한 해석이다. ‘노자지귀’가 ‘한비자’와 다르다는 것은 ‘無令無法, 萬民自化(무령무법, 만민자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법가는 명령과 법령을 통치의 근간으로 삼는데, 이는 백성이 스스로 좋아지거나 교화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자지귀’에서는 군주가 무위의 정치를 실행할 수 있다면 명령이나 법령이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이는 백성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믿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법가와 사뭇 다른 관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노자’에 내재해 있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만민자화’의 근거로 삼은 것은 ‘氣(기)’다. 이 기를 통해 군주와 백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인데, 이는 당시 유행하던 陰陽(음양)과 五行(오행)을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