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넉넉할 족(足-0)어조사 지(丿-3)될 위(爪-8)

3-2의 “知足之爲足”(지족위지족)을 “만족할 줄 알면 만족하게 된다”는 뜻으로 이미 풀이했는데, 좀 다르게도 풀이할 수 있다. 足之爲足(족지위족)을 하나로 묶고 知(지)를 나중에 풀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만족이 만족이 됨을 안다”가 된다. “발이 발이 됨을 안다”라고 하면 더 쉽게 와 닿을까?

발이 발이 된다! 웬 同語反覆(동어반복)? 참으로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러나 이 당연함을 당연한 줄 모르는 게 중생이다. 늘 북적이는 버스나 전철에 시달리는 게 짜증 나서 차를 한 대 뽑았다고 하자. 한동안 제 승용차로 출퇴근하다 보면, 어느새 버스나 전철을 타는 일이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두 다리가 불편하거나 발이 아파서가 아니다. 그 전에는 내 발로 걷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고 또 편안했다. 가끔 휠체어를 타고 승강기로 오르내리며 전철을 타는 이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쓰이고 안쓰럽게 여겨졌는데, 그런 마음도 온데간데없다. 이 무슨 조화인가! 모두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화엄경’에 나온다. 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 마음과 붓다와 중생, 이 셋은 아무런 차별이 없다. 사람의 마음은 그대로 佛心(불심)이기도 하고 衆生心(중생심)이기도 하다. 정확하게는 마음 안에 불심도 중생심도 다 있다. 무슨 마음을 내느냐에 따라 붓다가 되기도 하고 중생이 되기도 한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붓다가 되는 일이 고작 마음먹기에 달렸다니! 이는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다.

잘 생각해 보라. 우리가 중생이라 해도 늘 나쁜 마음만 가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때때로 좋은 마음, 착한 마음도 내지 않는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거나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기부를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난민이 되어 떠도는 아이들을 보면 한없이 마음이 미어진다. 그런 마음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우리 안에 이미 있다. 두 발이 갖추어져 있듯이. 다만, 묵은 습성과 고정관념에 젖어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할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