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八-6)일 사(亅-7)좋을 호(女-3)오래갈 장(長-0)

관중과 함께 장사도 하면서 그와 늘 가까이 있었던 포숙은 별로 욕심이 없었던 인물이다. 욕심이 없었으므로 그 자신이 잘 하고 못 하는 일,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따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관중에 대해서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중이 실패를 거듭했어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두둔했으며, 관중에게 뜻을 펼칠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애썼다.

포숙이라고 이루어낸 일이 없을까만은 그의 업적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면서 결대로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고 중요한 일이라도 그 일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손쉽게 해내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예리한 안목이나 통찰이 있는 사람이라야 제대로 알아보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자’의 ‘符言(부언)’에 나온다. “爲者有不成, 求者有不得. 人有窮而道無不通.”(위자유불성, 구자유불득. 인유궁이도무불통) “억지로 하는 자는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고, 억지로 구하는 자는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는 막히는 일이 있으나, 도에는 통하지 않음이 없다.”

관중은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억지로 했음에도’ 남다른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포숙의 추천으로 환공에게 발탁될 때까지는 ‘억지로 구하려 애썼음에도’ 그에게 알맞은 지위와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 기회를 노리고 애써서 노력했던 일들은 때마다 뒤틀리고 어긋났다.

공자 규가 죽으면서 그 또한 노나라에서 죽을 처지에 놓였던 일은 바로 “사람에게는 막히는 일이 있다”를 입증해주는 사건이었다.

반면, 포숙은 억지로 하는 자도 억지로 구하는 자도 아니었다. 억지로 무얼 할 만한 깜냥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로지 도를 좇아서 살려고 했다. 이것이 그의 삶이 무탈했던 이유이며, 세상 사람들이 그를 널리 칭송했던 까닭이다.

4-2<77회>에 나오는 “其事好長”(기사호장) 곧 “그런 일이라야 좋고 오래간다”는 복을 그 자손들이 대대로 누릴 수 있었던 토대이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