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칠 해(宀-7) 날 생(生-0) 멋대로 할 종(糸-11) 바랄 욕(欠-7)

‘한비자’ ‘유로’에는 또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옛날에 폭군 紂(주)가 상아 젓가락을 만들어 쓰자 箕子(기자)가 매우 걱정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상아 젓가락은 결코 흙으로 만든 그릇과는 쓸 수 없고, 반드시 물소 뿔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과 함께 써야 한다. 상아 젓가락에 옥그릇이면 결코 채소로 국을 끓일 수 없고, 소나 코끼리, 표범 등의 고기로 끓여야 한다. 소나 코끼리, 표범 등의 고기로 국을 끓인다면 결코 짧고 거친 베옷을 입지 않고 띳집에서 먹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니, 비단옷을 겹겹이 껴입고 고대광실에서 살려고 할 것이다. 나는 그 마지막이 두렵다. 그래서 그 처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5년이 지났을 때, 폭군 주는 고깃덩이를 펼쳐 밭처럼 만들고, 불에 달군 구리 기둥을 맨발로 지나가게 하는 형벌을 만들고, 술지게미가 쌓인 언덕을 오르고, 술로 채운 연못가에서 놀다가 마침내 멸망했다. 주는 商(상) 왕조의 마지막 군주가 되었다.

폭군 주가 象箸(상저) 곧 상아 젓가락을 쓰자 기자는 그것을 매우 위태로운 조짐으로 보았다. 그것은 상아 젓가락을 쓰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아 젓가락을 쓰기로 하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은 진귀한 물건을 가지려는 탐욕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는 제왕이 아닌가! 그가 맘을 먹으면 무엇인들 갖지 못하겠는가?

‘순자’의 ‘富國(부국)’에서 “天下害生縱欲”(천하해생종욕) 곧 “천하의 폐해는 욕심대로 하는 데서 생긴다”고 했다. 제왕 한 사람이 욕심대로 하자 나라가 망하는데, 만약 천하 사람들이 모두 욕심대로 한다면 천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상아 젓가락은 주가 홀로 썼는데, 오늘날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것을 쓰고 싶어 하며 또 당연하게 여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나도는 금수저-흙수저라는 말에 그런 심리가 잘 담겨 있다. 저 상아 젓가락이 곧 금수저다. 이 금수저-흙수저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금수저를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한다는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