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천(大-1)땅 지(土-3)서로 상(目-4)합할 합(口-3)

공자가 위대한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본보기로 삼으며 기꺼이 따랐던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과 능력이 있더라도 제 홀로 스승이 될 수는 없다. 반드시 제자가 있어야 한다. 제자 또한 스승이 있어야 제자라는 이름을 얻는다. 또 공자가 ‘素王(소왕)’이라 일컬어지고 길이 이름을 남긴 것도 후대에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 옛사람과 훗날 사람처럼 ‘짝’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관계요 인간사다.

이런 인간사는 곧 만물이 존재하고 변화하는 본질적 양상이기도 하다. ‘죽간본’ 10-1(<216>)에서 “天地相合也, 以輸甘露”(천지상합야, 이수감로) 곧 “하늘과 땅이 서로 합쳐져서 달콤한 이슬이 내린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하늘이 제 아무리 높고 아득히 멀리 뻗어 있다고 해도 땅이 없어서는 비는커녕 이슬 한 방울 내리게 할 수 없다. 땅 또한 마찬가지다. 저 하늘이 없이 만물 가운데 무엇을 생겨나게 할 수 있으며 살아가게 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하늘은 ‘땅’이 있어 하늘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땅은 ‘하늘’이 있어 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렇듯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짝이 있고, 그 짝들이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새로 생겨나고 열매를 맺는다.

‘문자’ ‘上仁(상인)’에 나온다. “天地之氣, 莫大于和. 和者, 陰陽調, 日夜分. 故萬物春分而生, 秋分而成, 生與成, 必得和之精”(천지지기, 막대우화. 화자, 음양조, 일야분. 고만물춘분이생, 추분이성, 생여성, 필득화지정) “하늘과 땅의 기운 가운데서 어우러짐보다 더 큰 것이 없다. 어우러지면 음과 양이 고르게 되고 낮과 밤이 나뉜다. 그러므로 온갖 것들은 봄에 나뉘어 생겨나고, 가을에 나뉘어 이루어지니, 생겨남과 이루어짐은 반드시 어우러짐의 정수를 얻는다.”

여기서 말한 和(화) 곧 어우러짐이 노자가 말한 相合(상합)이다. 본래 서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쳐지고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생겨나고 이루어진다. 이는 만물이 본질적으로 대등한 관계 속에 있음을 뜻한다. 노자는 통치도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