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할 미(木-1)알 지(矢-3)그 기(八-6)이름 명(口-3)

인간 세상에서 일어난 화재를 굳이 천도와 연관 지으려 한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단순히 무지의 확인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무기력을 절감하고 두려움에 떨게 한다. 신비적으로 이해하든 논리적으로 설명하든 그 모두 무기력과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버둥질이다.

햄릿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라고 읊조렸지만, 사실 햄릿이야말로 약한 자 아니었던가? 어디 햄릿뿐이랴. 우리 인간은 모두 약한 존재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밝히려는 것도,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한 원인을 밝혀내려는 것도 ‘탐구심’이나 ‘호기심’이라는 그런 한가한 심사 때문이 아니다. 무기력과 막막함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 무기력과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무진 애를 쓴 사람들이 현자요 성인이다.

공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공자는 人道(인도)에 집중했다. ‘논어’를 보면 자공이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부자지언성여천도, 불가득이문야) 곧 “스승께서 본성과 천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 들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본성과 천도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을까? 그보다는 표현하거나 전달할 길이 없어서 말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더구나 공자는 사람이 가야 할 길, 세상에서 지켜야 할 도리인 인도를 바로 세우는 일을 사명으로 여겼던 인물이 아니던가.

공자와 달리 노자는 천도와 인도를 아우르는 도, 모든 존재와 현상의 원천이자 토대인 도를 말하고자 했다. 그러나 노자의 눈을 찌르고 들어오는 도는 천지보다 먼저 생겨나고 온갖 것이 뒤섞여 있는 상태에 있었다. 그것은 본디 이름이 없는데, 말하려니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未知其名, 字之曰道, 吾强爲之名曰大”(미지기명, 자지왈도, 오강위지명왈대) 곧 “아직도 그 이름을 몰라 글자로 ‘도’라 하고는 억지로 이름을 붙여서 ‘크다’고 하지”라고 말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