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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282> 未兆易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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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05 19:20:3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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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닐 미(木-1) 조짐 조(儿-4) 쉬울 이(日-4) 꾀할 모(言-9)

노자는 “其未兆也, 易謀也”(기미조야, 이모야) 곧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꾀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 말을 옳게 여기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그럼에도 대개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손사래를 칠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지독하게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조짐이 나타나기 전이 뭐냐. 일이 터진 뒤에도 좀체 파악하지 못하고, 감지한 뒤에는 허둥대는 게 다반사인데.

칼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라 명명했던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 사이에 인류는 정신의 발달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했다. 노자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사상가들이 활동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시기부터 인류는 역사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류가 남긴 수많은 역사 기록은 흥미롭게도 인간의 위대함보다는 왜소함을 더 잘 보여준다. 특히 사람들이 서로 시기하고 배신한 일, 탐욕으로 기만한 일, 권력을 쥐려고 온갖 술수와 계략을 꾸민 일, 그러다가 패가망신한 일로 가득하다.

사마천이 치욕적인 宮刑(궁형)을 감내했던 것은 선친의 유업을 이어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서가 무엇이기에? 사마천은 “欲以究天人之際, 通古今之變, 成一家之言”(욕이구천인지제, 통고금지변, 성일가지언) 즉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꿰뚫어 일가의 문장을 이루고자” ‘사기’를 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천하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모아서 사건들을 고찰했는데, 그것은 성공과 실패, 흥기와 멸망의 요체를 찾아내 후세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사마천의 ‘사기’는 동아시아에서 2000년 넘는 세월 동안 모든 지식인이 반드시 읽고 배워야 할 역사서였다. 그런데 보라! ‘사기’의 제국인 중국에서만도 얼마나 많은 가문과 왕조가 명멸했는가? 고려와 조선은 또 어떻고!
사마천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가가 그토록 경고하고 경계했건만, 결국 사람들은 무시와 망각으로 화답하며 옛사람의 전철을 밟았다. 이런 지경인데,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무슨 일을 꾀한단 말인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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