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지(矢-3) 만족할 족(足-0) 그칠 지(止-0)
‘죽간본’ 18-3에서 노자는 말했다. “故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고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그러므로 만족할 줄 알아야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아야 위태롭지 않으니, 길게 오래갈 수 있다.”
누구도 국세청으로부터 닦달당하고 싶어 하지 않고, 세금 포탈 혐의로 기소되고 싶어 하지도 않으며, 부정 축재로 언론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싶어 하지도 않고,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많은 이가 만족할 줄 모른 탓에 스스로 위신에 먹칠을 하고, 부정하고 간교한 짓을 그치지 않았다가 들통이 나서 형벌을 마주한다.
애초에 바란 것은 권세와 재물을 길이길이 누리려는 것이었을 텐데, 그 모두 한바탕 봄 꿈으로 그친다.
죽을 때까지 쓰기만 해도 남아돌 재산을 갖고서 왜 더 가지려 욕심을 부리다가 깡통을 찰까? 물러날 때가 되었으면 물러날 일이지 왜 굳이 버티다가 쫓겨나는 것일까? 이미 가진 것을 감당할 만한 ‘앎’이 모자랐고, 시세의 변화를 읽어낼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 욕심으로 말미암아 치욕을 당하고 집착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떨어진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이 무얼 덜 가졌는지를 몰랐고, 그 때문에 이미 넉넉하고 충분하다는 것도 몰랐다. 바로 그 ‘모름’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치욕을 초래하고 위태로운 지경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흔히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무지와 무식으로 말미암아 짓는 해악과 죄악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제 무덤을 제가 판다”는 말처럼 아둔하고 어리석으면 자신이 바라지 않던 일을 스스로 하게 마련이다.
과연 알면서도 제 무덤을 파는 자가 있을까? 그런 자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누군가를 속이려는 속셈으로 그렇게 하는 짓이다. 속이려고 팠다가 도리어 그 무덤에 파묻히는 일이 있다면, 그 또한 어리석음으로 제 발등을 찍은 것.
만족할 만한데 만족하지 못하고 그쳐야 하는데 그치지 못하는 것, 그것은 知(지) 곧 앎이 모자라서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