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릴 약(弓-7) 것자(老-5) 길도(辵-9) 의지(丿-3) 쓸용(用-0)
‘주역’ ‘계사전’에서 말한 變(변)과 通(통)의 성질을 가장 잘 갖고 있는 것이 바로 水(수) 곧 물이다. 이 물을 두고 통행본 ‘도덕경’에서는 “上善若水”(상선약수) 곧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고대에 황하 유역에 살았던 중국인들이 특히 확연하게 경험했듯이 물은 유유히 흐르기만 하지 않고 거세게 쏟아지듯 흘러서 둑을 무너뜨리기도 하는 홍수가 되기도 했다.
또 물은 토양을 기름지게 해주기도 하지만, 농토와 인가를 휩쓸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이중성은 그대로 自然(자연)의 속성이기도 하다. 인간이야 좋으니 좋지 않으니 따지지만, 물 자체에 좋음과 나쁨 따위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물에도 빼어난 미덕이 있으니, 형편이나 상황에 따라 알맞게 막힘이 없이 흘러가려는 그 유연성과 융통성이다.
‘주역’에서 물을 상징하는 괘는 坎卦(감괘)다. 그런데 坎(감)은 구덩이, 웅덩이를 뜻한다. 이런 글자가 물을 상징한다니, 좀 의아할 수 있다. 우선 이 감괘에 대해 ‘주역’에서는 “習坎, 有孚, 維心亨, 行有尙”(습감, 유부, 유심형, 행유상) 곧 “습감은 미쁨이 있어서 한결같은 마음이라야 잘 되리니, 나아가면 높이 떠받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彖傳(단전)’에서는 이 괘를 이렇게 풀이했다. “習坎, 重險也. 水流而不盈, 行險而不失其信.”(습감, 중험야. 수류이불영, 행험이불실기신) “습감은 거듭된 험난함이다. 물이 흘러들어도 가득 차지 않으며, 험한 데로 흘러가도 그 미쁨을 잃지 않는다.”
習(습)은 거듭됨, 되풀이됨을 뜻한다. 坎(감)은 물이 고이는 곳이므로 위험, 곤경, 시련을 뜻한다. 그리하여 습감은 자연에서나 문명에서 늘 일어나는, 거듭되는 험난함을 가리킨다. 이 험난함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물처럼 하면 된다. 아집을 버리고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그저 험난함에 몸을 싣고 흘러가야 한다. 그것이 물의 길이요 도의 움직임이다. 노자가 “弱也者, 道之用也”(약야자, 도지용야) 곧 “여린 것이야말로 도의 쓰임이다”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