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442> 虛無因循

마음을 텅 비우고 상황을 따르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7 18:53:5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비울 허(虍-6)없을 무(火-8) 따를 인(口-3)좇을 순(彳-9)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因循守舊(인순수구)의 무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무리가 정권을 쥐고 역사를 주도해 나간 시기가 더 길다. 그러니 전 세계인이 경이롭게 여기는 촛불혁명을 이룬 한국 사회엔들 그런 무리가 없을까. 아니,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서도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가와 시민의 안위를 안중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촛불혁명이 일어났던 것인데, 당연하게도 한 번의 혁명으로 그런 무리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더욱 은밀하게 또 끈질기게 혁명의 발목을 붙잡고 퇴행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촛불혁명은 시민이 스스로 나서서 이룬 것임에도 틈만 나면 종북·좌파 세력이 일으킨 것이라며 부정하고 모독하거나,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도 그들, 인순수구의 무리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향해 수출을 규제한다고 하자 도리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자들, 일본 정부를 두둔하는 언론들도 전형적인 인순수구의 무리다.

낡은 인습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따른다는 뜻으로 쓰이는 因循(인순)이란 말은 본래 도가에서는 다른 뜻으로 쓰였다. ‘문자’를 보면, ‘道原(도원)’에서는 “因循而應變”(인순이응변) 곧 “상황을 따르고 변화에 응한다”고 했고, ‘上德(상덕)’에서는 “聖人虛無因循”(성인허무인순) 곧 “성인은 마음을 텅 비우고 상황을 따른다”고 했다. 요컨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텅 비우고 사태를 파악하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고한 목표를 세웠더라도, 순수한 동기로 나서더라도 그런 목표와 동기가 마음에 꽉 들어차 있으면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커녕 사태를 파악하는 일조차 그르치기 십상이다. 하물며 마음속에 사사로움이, 머릿속에 그릇된 관념과 편견, 선입견이 똬리를 틀고 있다면, 시세 변화를 거스르면서 퇴행적인 짓을 하지 않겠는가? 작금에 한국 사회는 이 이중적인 因循(인순)이 뒤엉킨 때, 易(역)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危機(위기)이자 機會(기회)인.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9. 9국민권익위, 울산 광역 및 기초의회 위반 사항 무더기 지적
  10. 10野 유용원 “21사단 北 철책선 MDL 남쪽 지역 설치…MDL 침범 광범위”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6. 6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9. 9‘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