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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465> 貪兵驕兵

탐욕과 교만이 일으킨 전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9 19:14:3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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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할 탐(貝-4) 전쟁 병(八-5) 교만할 교(馬-12)

부귀한 집에 태어난 사람에게만 교만이 들러붙는 것은 아니다. 교만은 빈천에서 일어나 부귀해진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특히 부귀한 자에게 비굴했던 사람이나 아첨한 사람, 빈천으로 말미암아 갖은 모멸을 다 겪은 사람일수록 간신히 얻은 부귀를 내세워 교만하게 굴 공산이 더 크다. 과거의 비굴과 모멸을 현재의 교만으로 숨기거나 되갚으려는 그런 짓은 꼭 개인만 하는 게 아니다. 민족이나 국가 단위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일본은 해마다 8월 6일과 9일이면 원폭 희생자 위령제를 열며, 전 세계에 ‘세계 유일의 피폭국’임을 알린다. 일본이 스스로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국가들의 인민을 사지에 내몰았다는 사실, 미국을 선제공격한 국가라는 사실은 꽁꽁 숨기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코스프레도 이런 코스프레가 없다. 참 궁금한 점은 대체 왜 진주만을 폭격해서 거대한 제국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연구자의 연구가 있으나, 그 모든 연구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인을 꼽으라면 단연 ‘교만’이다. ‘문자’ ‘道德(도덕)’에서는 전쟁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말하면서 그 가운데 貪兵(탐병, 탐욕에 의한 전쟁)과 驕兵(교병, 교만에 의한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利人土地, 欲人財貨, 謂之貪; 恃其國家之大, 矜其人民之衆, 欲見賢于敵國者, 謂之驕.”(리인토지, 욕인재화, 위지탐; 시기국가지대, 긍기인민지중, 욕견현우적국자, 위지교) “남의 토지를 이롭게 여기고 남의 재화를 바라서 일으키는 것을 ‘탐욕에 의한 전쟁’이라 하며, 제 나라가 큰 것을 믿고 제 인민이 많은 것을 뽐내 상대국보다 더 낫게 보이려는 것을 ‘교만에 의한 전쟁’이라 한다.”

일본의 교만은 나면서부터 부귀했던 자의 교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멸시를 받으며 비굴하게 살았다가 간신히 성공한 자의 교만이다. 그리하여 부강함을 내세워 이웃 나라들을 침략해서 온갖 폭력과 만행을 다 저지른 것이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를 과소평가하여 자신보다 강대한 미국까지 건드린 것이다. 탐욕으로만 눈이 머는 것이 아니라 교만으로도 눈이 먼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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