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 -3) 교만할 교(馬-12) 위태할 위(卩-4)
몽골의 침입을 받아 강화도로 천도했던 때에 국난을 극복하려는 일념으로 수많은 장인과 백성, 승려와 지식인이 합심해 완성한 것이 ‘八萬大藏經(팔만대장경, 1236∼1251)’이다. 그 어떤 대장경보다도 정교하고 정확하게 판각한 목판이 8만 개가 넘는데, 불과 16년 만에 이루어냈다. 일본이 이를 넘어서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것이 20세기 초(1924∼1934)에 활자판으로 간행한 ‘大正新脩大藏經(대정신수대장경)’이다. 그러나 정확함과 정교함, 아름다움에서는 결코 팔만대장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본이 조선의 대장경을 얻어가려고 얼마나 ‘구걸’했는지 모른다. 조선 조정을 향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 협박이란 게 힘이 있어서 한 게 아니라 그토록 절실했기에 했던 ‘莫無可奈(막무가내)’였을 따름이다. 그러던 일본이 한 세기 동안의 내란 곧 戰國時代(센코쿠 시대, 1467∼1590)가 끝나갈 즈음 ‘조선 침략’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내란으로 말미암아 정치적으로 불안정했어도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꽤 발달했던 것을 스스로 믿었던 것일까?
‘문자’ ‘道德(도덕)’에 나온다. “處大, 滿而不溢; 居高, 貴而無驕. 處大不溢, 盈而不虧; 居上不驕, 高而不危. 盈而不虧, 所以長守富也; 高而不危, 所以長守貴也.”(처대, 만이불일; 거고, 귀이무교. 처대불일, 영이불휴; 거상불교, 고이불위. 영이불휴, 소이장수부야; 고이불위, 소이장수귀야) “큰 데 있으면 가득 차도 넘치지 않아야 하고, 높음에 있으면 귀해져도 교만함이 없어야 한다. 큰 데 있으면서 넘치지 않으면 가득 차도 줄지 않고, 높은 데 있으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높아도 위태롭지 않다. 가득 차도 줄지 않는 것이 가멸을 길이 지키는 방법이고, 높아도 위태롭지 않는 것이 귀함을 길이 지키는 방법이다.)
높은 데 있으면서 교만하지 않아야 위태롭게 되지도 않는다. 하물며 높지도 않은데 높다고 여기고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교만은 빈천에 당당하지 못했던 자가 부귀해졌을 때 빠지는 오만방자함일 뿐이었다. 불행히도 그 짓을 그 후에도 반복하고 있으니.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