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공 공(力-3) 이룰 수(辵-9) 몸신(身-0) 물러날 퇴(辵-6)
‘죽간본’ 20-3이다. “功遂身退, 天之道也.”(공수신퇴, 천지도야) “공이 이루어지면 몸이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길이다.”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난다”는 뜻의 ‘功遂身退(공수신퇴)’는 널리 알려진 성어다. 노자 철학의 핵심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단순히 생각하면 그다지 심오하달 것도 없고 어렵다고도 할 게 없다. 그러나 뜻을 이루고 무탈하게 세속적 영예와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功遂(공수)’ 곧 “공을 이루는 일”에서 세속적 영예가 주어지고, ‘身退(신퇴)’ 곧 “몸이 물러나는 일”에서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 그런데 공을 이루는 일도 쉽지 않지만, 설령 이룬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가 되어야 이룬 것이라 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러나려고 한들, 언제 어떻게 물러나야 할지 알기 쉽지 않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더욱더 어렵다. 이것이 한때 영예를 얻기는 쉬우나 길이 영예를 누리기 어려운 까닭이요, 한때 편안하기는 쉬우나 오래도록 편안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공이 이루어지면 몸이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길이지만,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공을 이루는 고단한 길, 가시밭길을 갈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이룬 공을 앞에 두고서도 미련 없이 놓아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하늘은 명제를 줄 뿐이지만, 사람은 그 명제를 살아야 한다. 사람의 길은 九折羊腸(구절양장)과도 같다. 仁義(인의)의 길이요 正義(正義)의 길이라 확신하지만, 그 확신을 뒤흔드는 외풍은 쉼 없이 불어 닥친다. 어떻게 견디고 버틸 것인가?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견디지만, 끈질긴 모함과 갖가지 수모를 다 겪으며 나아가지만, 그 끝에 공을 이룬다는 보장은 없다. 설령 이룬다고 해도 세상이 반드시 알아준다는 보장 또한 없다. 하물며 간신히 이룬 공을 아무런 미련 없이 놓아버리기가 어디 쉬운가? 놓아야 할 때 머뭇거리다 때를 놓쳐버렸다가는 공든 탑은 무너지고 제 몸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람의 길은 이다지도 어렵고 고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