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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09> 李代桃僵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자두나무가 쓰러지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1 18:50:5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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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나무 이(木-3) 대신할 대(人-3) 복숭아나무 도(木-6) 쓰러질 강(人-13)

조국 전 장관을 지지했던 많은 이들은 갑작스런 그의 사퇴 소식에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거나 분노의 불길이 일었으리라. 더구나 서초동 일대를 가득 메웠던 수백만 명 시민이 뜨겁게 ‘조국 수호’를 외치고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었지 않은가. 반면에 검찰을 옹호하거나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조국의 사퇴가 곧 자신들의 승리라고 환호하며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망언을 일삼았다. 그런데 누가 알랴, 조국 교수가 스스로 제물이 된 것임을.

이른바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검찰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하며 얼마나 견고하고 교활한지가 白日下(백일하)에 드러났다. 게다가 언론과 방송이 제 본분을 잊고 검찰 권력과 유착하여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음도 드러났다. 이리하여 조국과 그 가족의 희생으로 시민이 각성해 다시 개혁의 촛불을 들었다.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조국이라는) 살을 내주고 (검찰의) 뼈를 끊는다”는 것 아닌가.

병법의 핵심을 모은 ‘三十六計(삼십육계)’의 열한 번째는 ‘李代桃僵(이대도강)’이라는 계책이다. 작은 것을 희생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이른다. ‘이대도강’의 유래는 실제로 병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그 출전은 중국 北宋(북송)의 郭茂倩(곽무천)이 편찬한 ‘樂府詩集(악부시집)’이다. 거기에 〈鷄鳴(계명, 첫닭의 울음)〉이라는 시가 나온다. “桃生露井上, 李樹生桃旁. 蟲來齧桃根, 李樹代桃僵. 樹木身相代, 兄弟還相忘.”(도생로정상, 이수생도방. 충래설도근, 이수대도강. 수목신상대, 형제환상망) “복숭아나무 우물가에서 자라고, 자두나무 그 곁에서 자랐네. 벌레가 복숭아나무 뿌리 갉아 먹으니,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쓰러져 죽었네. 나무들도 제 몸으로 대신하거늘, 형제는 도리어 서로를 잊는구나.”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서 벌레들에 갉아 먹히는 것을 들어 우애와 희생을 일깨우고 있다. 조국 교수는 첫닭의 울음 같은 일을 했다. 그의 가족은 복숭아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위해 희생한 자두나무가 아닐는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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