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킬 반(又-2) 돌아갈 복(彳-9) 길도(辵-9) 어조사 야(乙-2)
‘주역’의 ‘乾卦(건괘)’는 여섯 개의 효가 모두 陽爻(양효)로 이루어져 있는 純陽(순양)이다. 이 여섯 효 가운데서 밑에서 세 번째 효인 九三(구삼)에 대해 설명한 대목을 보자.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 无咎.”(군자종일건건, 석척약, 려, 무구) “군자가 온종일 힘쓰고 힘쓰면서 저녁까지 두려워한다면 위태롭기는 해도 허물이 없다.”
두려워한다는 말은 혹시라도 허물을 짓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신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이런 마음이나 자세에는 어떠한 過信(과신)도 驕慢(교만)도 깃들 여지가 없다. 무릇 강해지려고 배우고 힘쓸 때에는 과신과 교만을 떨어내는 일이 긴요하다. 배운다는 것은 힘을 얻는 일이기도 해서 자칫 스스로 커지고 강해졌다고 착각해 실제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쉽다. 과대평가에서 과신과 교만이 싹튼다. 배우거나 강해지려는 이는 자신을 과소평가함이 마땅하다. 자신을 과소평가할 줄 알아야 공자가 지녔다는 ‘溫良恭儉讓’(온량공검양) 곧 ‘따스함과 선량함과 얌전함과 오달짐과 낮춤’ 따위의 靈藥(영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런 영약을 조제하는 것이 ‘惕(척)’ 곧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이 마음을 지니지 않으면, 나중에 힘을 가졌을 때 못 할 짓이 없게 된다.
‘구삼’에 대해 ‘象傳(상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했다. “終日乾乾, 反復道也.”(종일건건, 반복도야) “온종일 힘쓰고 힘쓴다는 것은 돌이켜 길을 잡아 나간다는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여기서도 되풀이한다는 뜻의 ‘反復(반복)’을 말하고 있으니. 이것으로 노자의 ‘重(중)’을 풀면 ‘돌이켜 길을 잡아 나가는 일을 되풀이한다’가 된다. 오롯이 체득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을 굳이 먹지 않아도 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 되면, 그게 無爲(무위)다. 그러나 그 무위에 이르기 위해서는 곰곰이 생각도 해야 하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며 허투로 행동하지 않으려 거듭거듭 애써야 한다. 그래야만 자칫 위태로워질 수는 있어도 결코 허물을 짓는 일이 없고, 허물을 짓지 않으므로 참으로 강해질 수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