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관(心-11)쌓을 적(禾-11)아닐 불(一-3)좋을 선(口-9)

孔子(공자)는 위나라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553회 참조>을 듣자, “아, 자로가 죽겠구나!”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용맹했던 자로가 물이든 불이든 피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기에 자로의 죽음을 직감했으리라. 얼마 뒤 참으로 자로는 죽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제 몸에 차곡차곡 쌓아 군자로 살다가 마침내 군자로서 죽었으니 흠잡을 데 없는 죽음이라 하겠으나, 노자가 보기에도 그러했을까?

노자는 “重積德, 則亡不克; 亡不克則莫知其極”(중적덕, 즉무불극; 무불극즉막지기극) 곧 “거듭 덕을 쌓으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고, 이겨내지 못할 게 없으면 그 끝장을 알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노자의 말대로라면 자로는 어떠한 난관이나 곤경도 뚫고 나갔어야 하고 허망한 죽음도 맞는 일이 없었어야 한다. 그런데 고작 갓끈이나 고쳐 매다 죽었으니, 억울하고 안타깝다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로는 억울하게 여기지 않았으리라. 아니, 오히려 떳떳하게 여겼을 것이다. 공자 또한 제자의 죽음을 먼저 맞는다는 사실에서는 안타까움이 컸겠으나, 분명 그 죽음을 허망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자로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선비답고 군자다운 묵직한 죽음을 맞았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그의 삶과 죽음에서 배움과 올바름을 쌓아가는 ‘積(적)’과 달리 경계해야 할 것이 있음을 엿보게 된다. 그것은 ‘慣(관)’이다.

‘慣(관)’은 마음이나 몸에 깊이 배어 익숙한 것, ‘버릇’을 이른다. 慣性(관성), 慣例(관례), 慣行(관행) 따위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데서 드러나듯 ‘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컨대 慣(관)은 쌓은 것이 좋지 않게 되는 ‘積不善(적불선)’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언젠가 “若由也, 不得其死然”(약유야, 불득기사연) 곧 “유 같은 사람은 제 명대로 죽지 못할 거야”라고 말한 적 있다. 이는 자로가 용맹하게 나서고 과감하게 일하는 버릇을 떨쳐버리지 못해 위험해질 것임을 예견한 말이다. 자로처럼 ‘勇(용)’이 버릇이면 그나마 괜찮겠으나 ‘狡猾(교활)’이나 ‘陰凶(음흉)’이 버릇인 사람은 어찌 될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