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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67> 兵者不祥

군대는 상서롭지 않은 도구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9 20:05:0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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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병(八-5)것자(老-5)아닐 불(一 -3)상서로울 상(示-6)

한국은 제국을 자처했던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800여 차례나 외침을 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분명 안타깝게 여길 수는 있으나, 제국 한 번 못 해 봤다고 아쉬워할 것은 아니다. 제국이 아니었다고 늘 약소국에 연약한 민족으로 간신히 연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근대에 일제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다시 우뚝 일어서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역사를 돌아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곧잘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제국의 흥망’이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진시황의 제국으로부터 청 제국까지 2100년이나 제국이었지만,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 지배한 때가 1000년이 넘으며 波瀾(파란)의 연속이었다. 이탈리아반도에서 조그만 도시 국가로 일어서 세계 제국을 건설한 로마를 보라. 기원전 27년부터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476년까지 제국이었으나, 태평한 시절이 얼마나 되었던가? 또 멸망 후 1000년이 넘도록 이탈리아반도는 음모와 배신, 분열과 혼란의 땅이 아니었던가?

2019년,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로 한 해 내내 몸살을 앓았다. 이윽고 국민투표에서 51.9%의 지지로 유럽 연합 탈퇴가 결정되었다. 의도와 목표가 어떠하든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영국이기에 유럽 연합에 끌려가기 싫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이웃에 있는 일본은 또 어떤가. 아베 총리와 우익 세력이 전쟁 국가가 되려 하거나 끊임없이 한국을 견제하고 비난하며 혐오하면서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이는 까닭도 그 알량한 일본제국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리라.

노자는 “兵者, 不祥之器”(병자, 불상지기) 곧 “군대는 상서롭지 못한 도구다”라고 말했다. 제국이 필연적으로 거대한 해악이 되고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반면에 한국은 다른 민족이나 나라에 거의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덕을 베푼 積德(적덕)의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제국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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