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인(人-0)있을 유(月-2)앎지(矢-3)올바름 의(羊-7)
노자는 과연 ‘學(학)’을 부정했을까? “絶學無憂(절학무우)”에서 볼 수 있듯이 ‘絶學(절학)’이라 표현했지 ‘無學(무학)’이라 말하지 않았다. ‘끊다, 막다, 없애다’는 뜻의 ‘絶(절)’은 ‘없다’는 뜻의 ‘無(무)’와 전혀 다르다. ‘죽간본’ 1장에서도 노자는 “絶智, 絶巧, 絶僞”(절지, 절교, 절위) 곧 “잔꾀를 끊어라, 기교를 끊어라, 위선을 끊어라”는 표현을 썼다. 그것은 잔꾀와 기교, 위선이 이미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나 성향으로서 존재하는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동물일 뿐이다.
‘순자’ ‘王制(왕제)’에 나온다. “水火有氣而無生, 草木有生而無知, 禽獸有知而無義. 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 故最爲天下貴也.”(수화유기이무생, 초목유생이무지, 금수유지이무의, 인유기유생유지역차유의, 고취외천하귀야) “물과 불은 기운은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고, 날짐승과 길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올바름이 없다. 사람은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또 올바름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서 으뜸으로 귀한 존재다.”
순자는 짐승에게도 지각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 지각의 능력, 범위, 성향 따위는 분명 사람과 다르다. 생각해 보라. 개가 즐겨 먹는 것을 사람이 즐기는가? 돼지가 먹어 치우는 것을 사람도 즐기는가? 똑같이 입이 있고 혀가 있지만, 동물마다 즐기는 게 다르다. 무엇보다도 순자가 말했듯이 사람에게는 올바름이 있다. 올바름은 사고하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능력 위에서 이루어지는 도덕적 행위다. 올바름은 이성적 능력으로 배우고 익힌 것이다. 그러니 배움이 없다면,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배움 자체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눈이 있어도 보지 않아야 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말아야 하며 혀가 있어도 맛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맛보지 않는 게 自然(자연)이며 無爲(무위)라 생각하는가? 노자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 노자가 부정한 잔꾀나 기교, 위선도 배우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못 배운 것일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