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97> 無用之試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시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3 18:44:00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없을 무(火-8)쓸모 용(用-0)의 지(丿-3)시험 시(言-6)

노자의 “絶學亡憂(절학무우)” 곧 “배움을 끊어야 걱정이 없다”는 말은 배움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배움, 배우고 익힘, 배워서 앎을 전제로 한 것이다. 처음부터 배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배우되 배운 것을, 익힌 것을, 아는 것을 무조건 믿고 따르며 곧이곧대로 써먹으려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배우고 안 것이 거짓이 아닌 사실일지라도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우리가 새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나 현상 사이에 간극이나 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터득한 것이 보편적인 원리나 공리라 할지라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할 때에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미묘한 변수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무턱대고 배운 것, 아는 것을 적용하려다가는 틀어지거나 어긋나기 십상이다. 무슨 일을 하려고 정교하게 계산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고 어그러져서 걱정과 번민에 휩싸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당시의 지배적인 학문이었던 성리학이 크나큰 걱정거리였음을 가장 깊이 인식했던 일파가 北學派(북학파)다. 북학파 학자들이 공통으로 문제 삼은 것 가운데 하나가 科擧(과거)였다. 朴齊家(박제가, 1750∼1805)는 자신의 글 ‘科擧論(과거론)’에서 이렇게 썼다. “用人之義, 果安在哉? 今試人以時藝. 其文, 上之不可充館閣備考問, 下之不可紀事實抒性情.”(용인지의, 과안재재? 금시인이시예. 기문, 상지불가충관각비고문, 하지불가기사실서성정) “인재를 기용한다는 과거의 뜻이 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의 과거는 한낱 문장의 기예를 겨뤄서 인재를 시험한다. 그런데 그 문장이란 것이 위로는 조정의 공문 작성에도 쓰지 못하고 임금의 자문에도 이용하지 못하며 아래로는 사실을 기록하거나 인간의 성정을 표현하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과거가 필요하고 긴요한 사람을 뽑지 못하는 無用之試(무용지시)라는 말이다. 시쳇말로 ‘시험을 위한 시험’이 과거란 말인데, 이런 과거와 거의 다르지 않은 시험이 오늘날에도 있다. 考試(고시)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0. 10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9. 9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10. 10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