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것 피(彳-5) 이것 시(日-5) 바야흐로 방(方-0) 날생(生-0)
해병대 출신들이 자랑스레 외치는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구호처럼 사물에서도 “한 번 이것은 영원히 이것이고, 한 번 저것은 영원히 저것이다”라는 명제가 진리로 통할 수 있을까? 사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외침도 ‘영원할 수 없다’는 실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표현에 불과하다. 흥미로우면서도 아찔한 것은 이런 표현이 은연중에 ‘해병대’와 ‘해병대 아닌 것’ 사이에 분명하고도 영원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자’ ‘제물론’을 다시 보자. “物無非彼, 物無非是. 自彼則不見, 自是則知之. 故曰, ‘彼出於是, 是亦因彼.’ 彼是方生之說也.”(물무비피, 물무비시. 자피즉불견, 자시즉지지. 고왈, ‘피출어시, 시역인피.’ 피시방생지설야) “사물에는 저것 아닌 게 없고, 사물에는 이것 아닌 게 없지. 저것에서 보면 알 수 없으나, 앎에서 보면 알 수 있지. 그래서 말하지, ‘저것은 이것에서 나오고, 이것 또한 저것에 말미암는다’고. 이는 저것과 이것이 동시에 생겨난다고 하는 논리지.”
우리의 觀點(관점)은 그야말로 하나의 點(점)이고, 視角(시각) 또한 하나의 角(각)일 뿐이다. 점은 線(선)도 아니고 面(면)도 아니다. 각은 圓(원)이 아닌 方(방) 즉 모에 불과하다. 이는 점의 위치에 따라, 각을 달리함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볼 수 있고 다르게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실은 得道(득도)해야, 성인의 지혜를 갖추어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참으로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이 사실을 몰라서, 잊고 있어서 우리는 괴로워하고 걱정하며 부질없이 다툰다. 삶을 허비한다.
‘장자’에서 또 말한다. “因是因非, 因非因是. 是以聖人不由, 而照之於天, 亦因是也.”(인시인비, 인비인시. 시이성인불유, 이조지어천, 역인시야) “옳음은 그름에 말미암고, 그름은 옳음에 말미암지. 이렇기 때문에 거룩한 사람들은 이런 방법에 기대지 않고 하늘에 비춘다네. 이런 걸 ‘있는 그대로에 말미암는다’고 한다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