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07> 相去幾何

기냐 아니냐가 다른들 얼마나 다르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8 19:46:3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서로 상(目-4) 떨어질 거(厶-3) 얼마 기(幺-9) 얼마 하(人-5)

노자는 “唯與呵, 相去幾何?”(유여가, 상거기하?) 곧 “그렇다와 그러냐는 얼마나 떨어져 있나?”라고 말했다. 唯(유)는 긍정이고, 呵(가)는 부정에 가까운 의문이다. 이 둘은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판단에서 아주 상반되는 반응으로 간주되며, 사람들의 판단도 대체로 이 둘 가운데 하나로 기운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노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게 그거다”라고 넌지시 돌려 말한 것이다.

판단에는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이 있다. 사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른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으며, 매우 다채롭게 변화하기도 한다. 아무리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더라도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온갖 언사를 다 동원해도 오롯하게 묘사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붓다가 되는 길이 ‘如實知見(여실지견)’ 곧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겠는가. 그뿐만 아니다. 붓다가 득도한 뒤 맨 처음에 가르침을 펼까 말까 주저했던 것도 자신의 깨달음을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어서였다. 노자도 그런 경험을 했던 듯하다. 비유와 상징을 동원해서 詩的(시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 범부들은 迷妄(미망)에 사로잡혀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모르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장님처럼 보고 귀머거리처럼 듣고서는 실상을 보고 진실을 들었다고 여기며 판단한다. 그 판단이라는 것도 고작 옳다와 그르다, 그렇다와 아니다 둘 가운데 하나다. 그걸 무슨 대단한 견해요 주장인 듯이 내세우며 악다구니하고 있으니, 어찌 노자가 걱정하지 않고 붓다가 슬퍼하지 않을 수 있으랴.

‘문자(文子)’의 ‘上德(상덕)’에서 말했다. “愚者言而智者擇. 見之明白, 處之如玉石; 見之黯晦, 必留其謀.”(우자언이지자택. 견지명백, 처지여옥석; 견지암회, 필류기모) “어리석은 자는 말을 앞세우고, 지혜로운 자는 말을 할지 말지 잘 가린다. 보아서 아주 뚜렷하면 옥과 돌을 가르듯이 하고, 보아서 어둑어둑하면 반드시 판단을 미룬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4. 4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5. 5[도청도설] if, 손아섭
  6. 6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7. 7[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8. 8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9. 9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10. 10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4. 4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2. 2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3. 3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4. 4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8. 8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9. 9[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10. 10[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