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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11> 實錄直書

사실대로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 쓴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2 18:52:1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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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실(宀-11)기록할 록(金-8)곧을 직(目-3)쓸 서(曰-6)

‘춘추’는 본래부터 경전이 아니었고, ‘춘추필법’도 불멸의 필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의문을 품거나 의혹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엄정하고 냉철하게 기록을 분석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학자들조차. ‘권위’라는 게 그토록 무섭다. 그러나 그 권위를 떨쳐내야만 창조적인 학문이 가능해진다. 동아시아의 역사학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이로는 당(唐)나라 때 사관을 지낸 劉知幾(유지기, 661∼721)가 첫손에 꼽힌다.

유지기는 역사학 개론서라 할 만한 ‘史通(사통)’을 저술했다. 이 책은 그가 實錄(실록) 편찬에 참여했다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관원들에게 실망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는 기존 역사서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역사학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독창적인 길을 모색했다. 그가 휘두르는 비판의 칼날 앞에서는 ‘사기’나 ‘한서’뿐만 아니라 ‘서경’과 ‘춘추’조차 벌거벗겨질 수밖에 없었다. ‘사통’에는 ‘惑經(혹경)’이라는 편이 있다. “경전 곧 ‘춘추’에 의혹이 있다”며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한 대목을 들면 이렇다.

“良史以實錄直書爲貴. 而春秋記他國之事, 必憑來者之辭; 而來者所言, 多非其實.”(양사이실록직서위귀. 이춘추기타국지사, 필빙래자지사, 이래자소언, 다비기실) “좋은 역사가는 사실대로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춘추’에서 다른 나라의 일을 기록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에서 온 통보에만 의지했는데,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역사 서술의 기본을 문제 삼았으니, 이보다 辛辣(신랄)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어간다. “전쟁에 패했는데도 패했다고 알리지 않거나, 군주가 시해되었는데도 시해되었다고 알리지 않기도 한다. 이름을 써야 하는데 이름을 쓰지 않거나… 봄에 崩(붕)했는데도 여름에 알리기도 하고, 가을에 매장했는데 겨울에 통보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통보한 말을 그대로 적어서 결국 진위가 구분되지 못하고 시비가 혼란된 사례들이다. 이것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열두 번째 의혹이다.” 열두 번째 의혹이라니!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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