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을 회(心-16)의심 의(疋-9)아닐 불(一-3)펼전(尸-7)
유지기는 공자와 자로 사이에 있었던 일(<612> 참조) 외에 또 하나를 더 들었다. ‘논어’ ‘양화(陽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가 武成(무성)에 갔다가 그곳 수령으로 있던 제자 子游(자유)가 거문고에 맞춰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 자유에게 말했다. “割鷄, 焉用牛刀?”(할계, 언용우도?)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권위를 내세우는 스승의 물음이었다면, 제자는 그 웃음을 조롱으로 여기고 그저 머쓱해 하면서 머리만 긁적거렸을 것이다. 또는 스승이 평소에 갑질하는 이였다면, 제자는 그 웃음을 힐난으로 여겨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그런데 자유는 이렇게 대답했다. “昔者, 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석자, 언야문저부자왈,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 “예전에 제가 스승께서,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아끼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쉽게 부리려 한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공자는 곁에 있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偃之言是也. 前言戲之耳.”(언지언시야. 전언희지이) “언(자유)의 말이 옳다. 앞서 한 말은 우스개였다.”
이런 공자의 일화를 듣고 유지기는 말했다. “斯則聖人之設敎, 其理含弘, 或援誓以表心, 或稱非以受屈. 豈與夫庸儒末學, 文過飾非, 使夫問者緘辭杜口, 懷疑不展, 若斯而已哉!”(사즉성인지설교, 기리함홍, 혹수서이표심, 혹칭비이수굴. 기여부용유말학, 문과식비, 사부문자함사두구, 회의불전, 약사이이재!) “이로써 보면 성인의 가르침은 이치를 두루 머금고 있으니, 맹세하여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굽히기도 한다. 이 어찌 용렬하고 잗단 학자들이 제 허물이나 잘못을 꾸며대면서 묻는 사람이 말을 못 하게 입을 막고 의문을 품어도 펴지 못하게 하는 짓과 같겠는가!” 상대가 누구든 의문이 있어 묻는데도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구는 자, 대답할 수 없음을 숨기려고 묻는 이를 찍어 누르는 자, 그런 자는 학자가 아니며 어른도 못 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