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부(攵-11)펼연(水-11)함부로 망(女-3)넘칠 일(水-10)
중국의 역사서 가운데서 ‘史記(사기)’와 ‘漢書(한서)’는 나란히 일컬어져 ‘史漢(사한)’이라 불린다. 그만큼 역사서로서 위상이 높다는 뜻인데, 실제로 동아시아의 학인들에게는 대대로 필독서였다. 그 두 역사서에 이런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皇上(황상, 한나라 고조 유방)이 낙양 南宮(남궁)의 회랑 높은 곳에서 여러 장군이 자주 모래밭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황상이 ‘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고 물으니, 留侯(유후, 장량)가 말하기를 ‘폐하께서 봉하신 사람이 모두 폐하와 연고가 있어 친애하는 사람이고, 죽인 사람은 모두 평소에 싫어하던 사람들입니다. 저 사람들은 죽임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모여서 반란을 꾀하는 것입니다’고 했다. 황상이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니, 유후가 말하기를 ‘폐하께서 평소 가장 미워하던 자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황상이 ‘雍齒(옹치)다’라고 하니, 유후가 ‘지금 먼저 옹치를 봉하여 신하들에게 보이십시오. 신하들은 옹치가 봉해지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안심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에 황상은 잔치를 베풀고 옹치를 제후에 봉했다.”
이 기사에 미심쩍고 괴이하게 여겨지는 것이 없는가? 잘 생각하며 따져보자. 옛날에 반역은 삼족이나 구족까지 멸한다는 죄였으니, 일을 꾀하기만 해도 죄가 되었다. 그런 반역은 밀실에서 꾀하더라도 혹시 들킬까 극도로 두려워했을 텐데, 장군들이 탁 트인 모래밭에서 논의했다고 한다. 게다가 장량은 황제 유방이 묻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하여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사마천과 반고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문이 없었을까? 아니면 후대 사람들이 함부로 지어내서 덧붙인 것일까? 유지기는 이에 대해 “是說者敷演, 妄溢其端耳”(시설자부연, 망일기단이) 곧 “이는 말하기 좋아하는 자가 널리 퍼뜨리려고 함부로 지어낸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마치 ‘단독’ 기사나 보도에 취한 기자들에 대한 일침 같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