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걱정할 려(心-11) 재앙 화(示-9) 지나칠 과(辵-9) 그지(丿-3)
2015년, 대한민국에 메르스 사태가 있었다. 감염된 사람이 186명, 사망자가 38명이었다. 전체 수는 적지만, 치사율이 20%였다. 그때 일이 뼈아픈 경험이 되었던 모양이다. 2018년 4월 질병관리본부 내에 연구모임이 구성돼 비정기적으로 새로운 감염병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7일, 원인불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가정한 도상훈련을 가졌단다. 중국 윈난성을 여행하고 온 한국인 가족이 원인불명 폐렴을 앓기 시작했고, 귀국 후 이들이 들른 병원과 직장에서 신종 감염병이 확산됐다는 가상 상황에 맞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1월 4일, 실전에 적용할 준비를 마쳤고, 1월 9일에 실제 상황에 돌입해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참으로 재바른 행보다. 중국은 1월 7일에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는데, 1월 27일, 확진자 수가 네 명인 상황에서 유행병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이상원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유행병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당시 심정을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곧바로 제약업체 관계자를 긴급 소집했고, 진단기기가 절실해질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1주일 뒤, 한 업체의 진단키트를 긴급 승인했다. 이는 통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촉박한 상황이었으므로 사후 검증을 전제로 승인했다.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결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진단키트는 전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는 규정을 준수하려다 시기를 놓친 미국과 다른, 신속하고 과감한 臨機應變(임기응변)의 결실이었다. 로이터의 기사도 한국의 준비성과 대담함을 극찬했다.
‘문자’의 ‘미명’에 나온다. “計福勿及, 慮禍過之. 同日被霜, 蔽者不傷, 愚者有備與智者同功.”(계복물급, 려화과지. 동일피상, 폐자불상, 우자유비여지자동공) “복을 헤아릴 때는 모자라게 하고, 재앙을 걱정할 때는 지나치게 한다. 같은 날 서리를 맞아도 덮개를 쓴 자는 상하지 않으니, 어리석은 사람도 대비를 잘하면 지혜로운 사람과 같은 공을 이룬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