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세(一 - 4) 없을 무(火-8) 재앙 재(火-3) 해칠 해(宀-7)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0’을 찍으면서 공교롭게도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몇 달 동안 지나가는 봄을 못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엉덩이를 달싹거렸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각지로 여행을 떠났다. 차마 탓할 수 없는 行樂(행락)이다. 걱정하며 자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연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질병관리본부 사람들, 병원 등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이렇게 연휴를 만끽하려고 행락에 나서는 사람들과 갑갑한 방호복을 입고 열정적이고도 희생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것, 이것이 세상의 실상이다. 즐거운 사람과 괴로운 사람, 과묵한 사람과 투덜대는 사람, 건강한 사람과 병약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등등이 마치 낮과 밤, 양과 음처럼 함께하는 곳이 세상이다. 그렇다고 그런 구별과 변별이 고정되어 있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상황과 처지가 바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치이기 때문에.
어쨌든 이런 실상과 이치가 국제 질서 속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위상이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아니, 본디 대단했던 면이 제대로 부각된다고 해야 할까? 외교 관계가 꽤 우호적이었던 나라들뿐 아니라 70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해 도움을 주었던 나라들에 은혜를 갚는 태도와 조치, 그것을 실행하는 정부와 지지하는 시민 모두 한국이 선진국임을 입증해 준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 ‘可以託天下而寄天下(가이탁천하이기천하)’ 곧 천하를 맡길 수 있고 떠넘겨도 될 만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두 코로나19라는 재해 덕분이니.
‘문자’의 ‘精誠(정성)’에서 말했다. “世無災害, 雖聖無所施其德, 上下和睦, 雖賢無所立其功.”(세무재해, 수성무소시기덕, 상하화목, 수현무소립기공) “세상에 재해가 없으면 비록 성인이라 할지라도 그 덕을 베풀 곳이 없고, 위아래가 서로 화목하면 비록 현인이라 할지라도 공을 세울 곳이 없게 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