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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43> 賑窮補急

곤궁하거나 급박한 사람을 구제하고 도와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06 18:45:3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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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할 진(貝-7)막힐 궁(穴-10)도울 보(衣-7)급할 급(心-5)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자연스럽게 한산해졌다. 폐쇄적인 극장은 더욱더 그러했다. 그 바람에 많은 신작 영화가 개봉 날짜가 미루어지거나 아예 온라인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통해 상영되기에 이르렀다. 근대를 표상하는 대표적인 문화인 영화도 거센 변화의 바람에 직면한 셈이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많은 영화에 ‘영웅’이 등장한다. 곤궁에 처한 사람이나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영웅, 악한 자를 처단하고 착한 이들을 위해 자신을 위험에 내던지는 영웅은 고대의 신화에도 현대의 영화에도 변치 않고 등장하며 사랑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영웅의 존재는 인간 세상이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이 아님을, 정의가 쉽사리 구현되지 않는 곳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살 만한 세상,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라면, 영웅이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문자’의 ‘精誠(정성)’에서 또 말했다. “賑窮補急則名生, 起利除害卽功成.”(진궁보급즉명생, 기리제해즉공성.) “곤궁한 사람을 구제하고 급박한 사람을 도와주면 이름이 나고, 이익을 일으키고 해악을 없애면 공이 이루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그런데 그런 사람, 그런 나라가 얼마나 드물면 이름이 나고 공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치면, 우리 인간의 끈질긴 이기심과 욕심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최근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전 세계에서 영웅으로 일컬어지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그 이름을 알고 존경하게 된 일은 한편으로는 이 세상의 희망을 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쯤 영웅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고 이름도 나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

대한민국과 달리 이렇게 위험해지고 어지러워진 시국에 곤궁한 사람을 구제하는 척, 급박한 나라에 도움을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제 이득을 챙기기 위해 東奔西走(동분서주)하면서 이름도 알리고 공도 차지하려 애쓰는 나라도 있다. 책임까지 전가하면서. 다른 나라도 아니고 노자와 공자를 낳은 나라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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