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하(一 -2) 선비 사(士 -0) 클 대(大-0) 웃을 소(竹-4)
한동안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0’을 기록했다. 어떠한 봉쇄 정책도 쓰지 않은 채 그 무서운 감염을 안정시켰기에 전 세계인의 부러움과 시샘을 담뿍 받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여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초·중·고 학생의 순차적 등교도 가능하리라 싶을 만큼 상황이 좋아졌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의료인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시민의 힘도 매우 컸으므로 아마 시민의 의식도 믿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뿔싸! 그런데 걱정하던 일이 터져버렸다.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서 시작된 감염이 급속하게 진행되어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클럽을 출입한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으나, 그들이 수많은 의료인과 봉사자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개학을 눈앞에 두고 있던 학생들을 실망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공자와 맹자가 말한 ‘小人(소인)’이, 노자가 말한 ‘下士(하사)’가 절로 떠오를 지경이다.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무얼 하든지 내 자유라고 여기는 자, 나는 결코 감염되는 일이 없다며 오만하게 구는 자, 감염이 되더라도 내가 감염이 되는데 누가 간섭하느냐고 뻣뻣하게 구는 자, 남이야 어찌 되든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는 이기심을 좇는 자 등등. 그들 모두 분명히 士人(사인)이고 市民(시민)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로 노자가 “下士聞道, 大笑之”(하사문도, 대소지) 곧 “하치가 도를 들으면 깔깔깔 웃는다”고 말했을 때의 그 하치들이다. 자신들과 모두를 위해 경고와 당부를 거듭했음에도 코웃음 친 하치들!
하기야 이래서 ‘시민사회’다. 달리 말하면 붓다가 말한 ‘衆生世間(중생세간)’이다. 어찌 모든 시민이 일마다 一絲不亂(일사불란)할 수 있겠는가. 노자도 “弗大笑, 不足以爲道矣”(불대소, 불족이위도의) 곧 “하치가 깔깔깔 웃지 않으면 도가 되기에 모자란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치가 없으면 시민사회가 되기 어렵다. 그리고 하치가 있는 곳에 상치도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