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을 상(一 -2)덕덕(彳-12)같을 여(女-3)골짜기 곡(谷-0)
‘죽간본’ 25장에서 노자는 예부터 전하던 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明道如孛, 夷道如纇, 進道若退.”(명도여패, 이도여뢰, 진도약퇴) “밝은 길은 어두운 듯하고, 평평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고, 쭉 뻗은 길은 물러서는 듯하다.” 말 자체가 모순되는 듯하나, 진리를 담고 있으므로 逆說(역설)이다. 이런 역설이 성립하는 것은 온갖 사물과 갖가지 현상이 존재하는 양태나 그 변화가 평면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도 말했다. “上德如谷, 大白如辱, 廣德如不足, 建德如偸, 質眞如渝.”(상덕여곡, 대백여욕, 광덕여불족, 건덕여투, 질진여투) “드높은 덕은 골짜기 같고, 대단히 흰 것은 때 묻은 것 같고, 너른 덕은 모자란 것 같고,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고, 참된 바탕은 바뀌는 것 같다.” 이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표현이다.
먼저 “上德如谷”(상덕여곡)을 보자. 드높은 덕이 골짜기 같다니? 역설이라기보다는 語不成說(어불성설)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골짜기다’가 아니라 ‘골짜기 같다’고 했으니 해석의 여지는 있다. ‘죽간본’에는 나오지 않으나 ‘통행본’ 도덕경 38장에 있는 구절을 참조할 수 있다. “上德不德(상덕불덕)” 곧 “드높은 덕은 덕이 아니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上德(상덕)’은 단순히 ‘높은 덕’이 아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득히 높은 것을 이른다. 헤아리기 어려운 것은 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해서 도드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佛家(불가)에서는 붓다를 三十二相八十種好(삼십이상팔십종호)로 묘사한다. 발바닥에 바퀴 모양의 문양이 있다거나 털구멍마다 푸른색의 털이 있다는 따위의 신체적 특징이 서른두 가지 또는 여든 가지가 있다는 말이다. 붓다의 위대함을 묘사하려던 것인데, 이것이 도리어 붓다를 인간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붓다는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으로 죽었다. 신도 아니지만, 괴물도 아니다. 이는 偉大(위대)하면 非凡(비범)할 것이라는, 결코 平凡(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