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철(金-13)찰랭(冫-5)다시 갱(日-3)달굴 작(火-3)올래(人-6)

노자는 “廣德如不足”(광덕여불족) 곧 “너른 덕은 모자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서 “建德如偸”(건덕여투) 곧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왜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을까? ‘꼿꼿함’은 덕의 내면을 이르고, ‘자빠질 것 같음’은 외면을 이른다. 참된 덕은 겉보기에 굳세고 곧은 것이 아니라 속이 그러한 것이며, 겉으로는 오히려 모자란 듯하고 허약한 듯 보인다는 것이다.

1456년, 세조가 조카를 내쫓고 즉위한 지 2년째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朴彭年(박팽년), 成三問(성삼문), 李塏(이개), 河緯地(하위지), 柳誠源(류성원), 兪應孚(유응부) 등이 주도했다. 이 가운데 유응부는 유일하게 무인이다. 南孝溫(남효온)이 쓴 ‘六臣傳(육신전)’을 보면, 유응부는 “雄勇善射”(웅용선사) 곧 “씩씩하고 용감하며 활을 잘 쏘았다”고 한다.

대궐 뜰에 끌려가서 문초를 받을 때다. 세조가 무얼 하려 했느냐고 묻자, 유응부는 “족하는 얼른 나를 죽이시오”라고 대꾸하고는 성삼문 등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람들이 ‘書生(서생)과는 함께 모의할 것이 못 된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지난번 사신을 청하여 연회 하던 날에 내가 칼을 시험하려 했는데, 그대들이 ‘萬全(만전)의 계책이 아니다’고 굳이 말리는 바람에 오늘의 화를 불러들였다. 그대들은 사람이면서 계책이 없으니, 어찌 축생과 다르겠는가!”

서생들에게 결단력이 없음을 꾸짖은 것인데, 무인답다. 노한 세조가 불에 달군 쇠를 그의 배에 놓아두게 하니, 기름과 불이 함께 지글거렸다. 유응부는 태연하게 쇠가 식기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말했다. “此鐵冷, 更灼來!”(차철랭, 갱작래!) “이 쇠가 식었으니, 다시 달구어 오라!” 이 한마디로 그의 기상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유응부가 뻣뻣하고 고집스러웠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는 늘 모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효자였다고 한다. 굳센 겉모습과 달리 속은 부드러운 인물이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