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 질(貝-8)참될 진(目-5)같을 여(女-3)바뀔 투(水-9)

노자는 “質眞如渝”(질진여투) 곧 “참된 바탕은 바뀌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여기에서도 역시 ‘같다’는 표현을 썼다. 이 ‘같다’는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이 말대로라면 ‘質眞(질진)’ 곧 ‘참된 바탕’은 바뀌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 이에 대해서는 잠시 제쳐두자.

여기서 ‘質(질)’은 性質(성질), 才質(재질), 體質(체질) 따위를 가리키며, 타고난 것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갖추어진 것까지 아울러 가리킨다. 한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토대가 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바탕이다. 공자가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 곧 “군자는 올바름에 밝고, 소인은 잇속에 밝다”고 말했을 때, 군자는 올바름을 바탕으로 하고 소인은 잇속을 바탕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바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음흉하거나 간사한 자, 잇속을 차리는 자들은 제 바탕을 잘 숨긴다. 온갖 말로써 제 바탕을 감추고, 그럴듯한 행동으로 제 바탕을 꾸민다. 웬만해서는 알아채기 어렵다. ‘논어’에 나온다. 宰我(재아)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어진 자는 누가 그에게, ‘우물에 어진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면, 우물 속으로 따라 들어갈까요?”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하위기연야? 군자가서야, 불가함야; 가기야, 불가망야) “어찌 그렇게 되겠느냐? 군자를 가게 할 수는 있어도 빠뜨릴 수는 없고, 속일 수는 있어도 속여서 옭아맬 수는 없다.”

군자도 속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공자도 많이 속았다. 제자에게조차 속은 적이 있다. 처음부터 의심한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그럴듯한 말과 행동에는 대개 속기 마련이다. 이렇게 소인은 말과 행동을 바꾸어서 자신의 바탕을 숨긴다. 반면에 군자나 현자는 자신의 바탕대로 말과 행동을 하지만, 상대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마치 바탕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