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대(大-0)모방(方-0)없을 무(亠-1)모서리 우(阜-9)
노자는 “大方亡隅”(대방무우) 곧 “크나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다”고 말했다. 예부터 중국인은 ‘天圓地方(천원지방)’ 곧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여겼다. 따라서 ‘대방(大方)’은 땅을 가리켜 한 말이며, 이 때 ‘대’는 단순히 크다는 뜻이 아니라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땅이 네모가 아님을 다 알고 무한히 펼쳐져 있지 않음도 안다. 그렇다면, 이 구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 땅은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그저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존재한다. 시간이 없는 공간은 樂譜(악보)와 같다. 악보 자체는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標識(표지)일 뿐, 결코 음악이 아니다. 연주되지 않는 악보는 무의미하다. 악보가 의미를 가지려면 연주되어야 하는데, 연주는 곧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땅 위에서 온갖 사물의 生滅(생멸)과 變化(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佛家(불가)에서는 이 세상을 ‘世界(세계)’라 했다. 世(세)는 시간을, 界(계)는 공간을 각각 가리킨다.
비록 인간이 살고 있는 이 땅이 지구라는 행성의 제한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이 공간이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는 한, 이 공간은 무한하다. 시간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이 끝없이 얽혀서 이어지고 있으므로 무한하다. 시간적으로 연속되고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무한하다. 시작도 있고 끝도 있는 듯하지만, 딱히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획정하기 어렵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보라. 삐삐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스에서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19라는 대유행으로. 지금 20대와 30대가 다 생생하게 겪은 일이다. 그것도 반 토막이 난 한국 땅에서. 이 나라의 영토는 참 협소하지만, 그 위에서 펼쳐지는 千變萬化(천변만화)는 이미 경계를 초월했다. 앞으로 적어도 百歲(백세)를 살 젊은이들에게 이 땅은 그야말로 ‘모서리가 없는 크나큰 네모’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천구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