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74> 大方亡隅

크나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6-30 18:57: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클대(大-0)모방(方-0)없을 무(亠-1)모서리 우(阜-9)

노자는 “大方亡隅”(대방무우) 곧 “크나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다”고 말했다. 예부터 중국인은 ‘天圓地方(천원지방)’ 곧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여겼다. 따라서 ‘대방(大方)’은 땅을 가리켜 한 말이며, 이 때 ‘대’는 단순히 크다는 뜻이 아니라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땅이 네모가 아님을 다 알고 무한히 펼쳐져 있지 않음도 안다. 그렇다면, 이 구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 땅은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그저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존재한다. 시간이 없는 공간은 樂譜(악보)와 같다. 악보 자체는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標識(표지)일 뿐, 결코 음악이 아니다. 연주되지 않는 악보는 무의미하다. 악보가 의미를 가지려면 연주되어야 하는데, 연주는 곧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땅 위에서 온갖 사물의 生滅(생멸)과 變化(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佛家(불가)에서는 이 세상을 ‘世界(세계)’라 했다. 世(세)는 시간을, 界(계)는 공간을 각각 가리킨다.

비록 인간이 살고 있는 이 땅이 지구라는 행성의 제한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이 공간이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는 한, 이 공간은 무한하다. 시간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이 끝없이 얽혀서 이어지고 있으므로 무한하다. 시간적으로 연속되고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무한하다. 시작도 있고 끝도 있는 듯하지만, 딱히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획정하기 어렵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보라. 삐삐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스에서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19라는 대유행으로. 지금 20대와 30대가 다 생생하게 겪은 일이다. 그것도 반 토막이 난 한국 땅에서. 이 나라의 영토는 참 협소하지만, 그 위에서 펼쳐지는 千變萬化(천변만화)는 이미 경계를 초월했다. 앞으로 적어도 百歲(백세)를 살 젊은이들에게 이 땅은 그야말로 ‘모서리가 없는 크나큰 네모’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6. 6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7. 7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0. 10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2차 구조작전 진행 중…수로에 그물 설치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