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75> 大器曼成

크나큰 그릇은 더디게 이루어진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01 19:22:3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클 대(大-0) 그릇 기(口-13) 느릴 만(曰-7) 이룰 성(戈-3)

“그는 어릴 적부터 똑똑하고 활발했다. 아이들과 놀 때도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 놀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보면 눈을 쏘려 했다. 그래서 어른들조차 그를 꺼려서 그의 집 문 앞을 함부로 지나지 못했다. 성인이 된 그는 활을 잘 쏴 무과에 급제했다. 그의 조상은 대대로 문관이었는데, 그가 비로소 무과에 올라 권지훈련원봉사에 임명되었다.”

西厓(서애) 柳成龍(유성룡, 1542-1607)이 쓴 ‘懲毖錄(징비록)’의 한 대목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순신을 잘 알고 있었던 유성룡의 글이니, 믿을 만할 것이다. 그런데 위의 내용만 보자면, 이순신이 남다른 자질과 성품을 지녀 쉽사리 무과에 급제했을 것 같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스무 살 때까지 儒學(유학)을 공부하며 문과를 준비하다가 스물두 살 때부터 무과로 방향을 틀고 무예를 배웠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오래도록 해 오던 공부를 버리고 전혀 다른 길로 가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조선 시대에 문과에서 무과라니.

1572년에야 이순신은 처음 무과에 응시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었다.(혼인한 지 8년 째, 아들이 둘) 그러나 訓練院(훈련원) 別科(별과) 시험에서 달리던 말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낙방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576년에 다시 무과에 응시해 합격했으니, 합격자 29명 가운데 12등이었다. 무과를 준비한 지 10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그러나 합격한 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함경도 두메산골, 당시 여진족과 마주한 국경 지역으로 발령받았다. 종9품의 權管(권관, 오늘날의 소위)으로. 오지 중의 오지로 간 말단 장교. 첫 임지에서부터 이순신은 ‘大器曼成(대기만성)’ 곧 ‘크나큰 그릇은 더디게 이루어짐’을 보여주었다. 그는 성실하게 근무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방어체계를 확고히 했고, 그 덕분에 2년 뒤 승진해서 漢城(한성)의 훈련원 봉사(종8품)가 되었다. 강직한 성품으로 원칙대로만 한 탓에 적지 않은 적을 만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타고난 영웅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그릇을 키운 대장부였다.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7. 7[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