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힐 온(水-10)옛 고(
攵-5)알 지(矢-3)새 신(斤-9)
다시 공자의 말을 들여다보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아는 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건 즐기는 것만 못하지.” 알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몰라도 좋아할 수 있다. 알기만 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아는 일이 고역이 된다. 좋아하기만 하고 알지 못하면, 금방 싫증난다. 결국, 앎과 좋아함이 어우러져야 참된 즐거움이 되며 오래도록 즐거워할 수 있다.
공자의 好學(호학)은 바로 ‘樂之(락지)’ 곧 ‘즐거워하는 경지’를 가리킨다. 즐거워할 줄 알아야 창조가 이루어진다. 공자가 仁(인)과 禮(예)와 樂(악) 따위 이미 전해오던 것을 가르쳤음에도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踏襲(답습)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공자 스스로 “述而不作”(술이부작) 곧 “이어받기는 하되 새로 짓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곧이곧대로 이어받아서 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해석하는 데 힘썼다는 뜻이다.
공자가 옛것을 이어받기만 하고 옛날로 돌아가자고 한 줄로 알면, 큰 오산이다. 옛것만 알고 익히는 데서 그쳤다면, 위대한 사상가는커녕 스승조차 될 수 없었다. ‘논어’ ‘爲政(위정)’편에 나오지 않던가?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옛것을 무르익히고 새것을 알아야 스승이 될 수 있다.” 옛것을 익히는 필요조건과 새것을 아는 충분조건을 갖추어야 스승이 된다는 말이다.
옛것을 무르익히는 일은 쉬울 것 같지만, 실은 매우 어렵다. 외우는 일과는 딴판이다.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이다. 오롯이 체득할 수 있어야 통찰을 갖추어 臨機應變(임기응변)할 수 있는데, 당연히 시간이 걸리고 꽤 애도 써야 한다. 그게 군자의 길이고 큰 그릇이 되는 길이다. 좀 먼 길이고 더디게 가야 하는 길이지만, 그만큼 오래 즐거울 수 있다. 만약 성마르게 굴며 설익은 채로 나서다가는 실패하거나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데, 다른 사람 잡기 전에 저 자신을 먼저 잡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