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을 박(艸-13)꾸짖을 책(貝-4)어조사 어(方-4)남인(人-0)
박원순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 전말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벌써 ‘도덕성’을 운운하며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백선엽 씨를 이순신과 같은 영웅으로 서술하고 보도하는 언론도 있다. 행색은 보도이나 기실은 판단이고 평가다. 더구나 사실의 문제도 치지도외한 채.
언론 못지않게 정치에서도 말은 삼가야 하는데,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그렇다. 참, 딱하다! 굳이 알릴 이유도 필요도 없는데 알리려 애쓴 것도 우습거니와 그 이유란 게 또한 무례할뿐더러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고인을 이미 범죄자로 취급하는 말을 내뱉어서다. 남이 잘못했다고 비난하면 자신이 정의롭게 보인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말은 무섭다. 입에서 나올 때는 깃털보다 가벼우나, 입을 떠나는 순간 세상의 무게가 얹혀 태산보다 무겁게 내려앉기 때문이다.
노자는 “閉其門, 塞其兌, 終身不侮”(폐기문, 색기태, 종신불모) 곧 “그 문을 닫고 그 구멍을 막으면 몸이 다하도록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과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아예 세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세상에 나서기로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해도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가? 망각이 구해줄 것이니, 양심은 묻어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버티기만 하면 되는가?
세상에 나섰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노자보다 공자가 훨씬 자상하게 말해주었으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논어’ ‘衛靈公(위령공)’에 나온다. “躬自厚, 而薄責於人, 則遠怨矣.”(궁자후, 박책어인, 즉원원의) “제 몸을 스스로 두터이 하고 남을 살포시 꾸짖는다면, 원망을 멀리하게 되리라.” 자신을 잡도리하는 데 먼저 힘쓰는 일이 正義(정의) 곧 올바름이다. 그런 뒤에라도 남이 허물을 지으면 은근하게 꾸짖어야 한다. 남의 그릇됨을 떠들썩하게 비난한다고 해서 자신이 정의롭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정천구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