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82> 喪家之狗

공자는 상갓집 개였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14 18:55: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죽을 상(口-9)집가(宀-7)의지(丿-3)개구(犬-5)

공자가 열다섯 살부터 배움에 뜻을 둔 이유는 정치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벼슬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일찍부터 천하를 주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을 알아줄 이를 찾아야 했으므로. 배움에 뜻을 두고 30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벼슬을 했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늦은 나이에 천하를 떠돌아야 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아무리 멋쟁이 공자라 해도 그 몰골은 말이 아니었으리라. 그런 공자를 두고 ‘喪家之狗(상가지구)’ 곧 ‘상갓집 개’라 표현했을 정도이니.

공자와 그 제자들을 가장 비웃었던 이들이 있다. 이른바 隱者(은자)들이다. ‘논어’ ‘微子(미자)’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長沮(장저)와 桀溺(걸익)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밭을 갈고 있었다. 공자가 지나가다가 자로에게 가서 나루터를 물어보게 했다. 자로가 나루터를 묻자, 장저가 말했다. “저기 수레 고삐를 잡은 자는 누구인가?” 이에 자로는 “孔丘(공구)라 합니다”고 대답했다. 장저가 “노나라의 공구인가?”고 다시 묻자, 자로는 “맞습니다”고 대답했다. 장저는 “그렇다면 나루터를 알 텐데”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해주고는 그만이었다.

자로가 걸익에게 물으니, 걸익은 “그대는 누구인가?”고 되물었다. “仲由(중유)라 합니다”고 대답하자, “공구의 제자인가?”고 또 물었다. 자로가 “그렇습니다”고 대답하니, 걸익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가 천하에는 넘친다. 그러나 누가 바꾸겠느냐? 너는 사람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는데, 어찌 세상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지 않느냐.”

자로가 돌아와서 이를 말해주니,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鳥獸不可與同群,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天下有道, 丘不與易也.”(조수불가여동군, 오비사인지도여이수여? 천하유도, 구불여역야) “날짐승이나 길짐승과 한 무리가 되어 어울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의 무리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나도 굳이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은자의 길과 공자의 길, 어느 쪽이 옳은 길일까?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