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85> 大成若缺

크나큰 이룸은 이지러진 듯하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0 19:32:3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클 대(大-0)이룰 성(戈-3)같을 약(艸-5)이지러질 결(缶-4)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려야 하고 또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낱 관념이나 이상주의로 치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私利私慾(사리사욕)에 휘둘리기 쉬운 인간이 어떻게 자유로워지고 또 서로 평등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일 터. 그럼에도 인류 문명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갔다. 민주주의를 표방했음에도 독재와 전제가 이루어지거나 버젓한 민주국가임에도 불평등과 부조리, 모순과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해서 민주주의가 끝장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의의는 ‘열린’ 정치 이념이라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권좌를 세습하는 북한조차 그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인류가 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데 이른 것만도 이미 엄청난 사건이요 위대한 성취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주어졌던 데서 소수에게, 다시 다수에게, 끝내 모두에게 주어지게 되었으니, 그렇지 않은가? 근대 이전에는 없었던 수많은 문제, 논란이 거듭 일어난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내 몸에 갖가지 병이 생긴다고 해서 내 존재를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도덕경’의 ‘죽간본’ 27장 첫째 구절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大成若缺, 其用不敝; 大盈若盅, 其用不窮.”(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크나큰 이룸은 이지러진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닳지 않고, 꽉 찬 것은 속이 빈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

인류에게 민주주의는 그 무엇보다도 ‘크나큰 이룸’ 곧 ‘大成(대성)’이다. 갖가지 파열음과 마찰음으로 조용할 틈이 없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인 노릇을 하려다 벌어진 사태일 뿐이다. 노예가 어디 제 주장을, 제 견해를, 제 권리를 내세울 수 있었던가? 주인으로서 각성하지 못하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저마다 주인 노릇을 하려다 보니, 서로 다른 주인과 부딪치는 것뿐이다. 떠들썩하게 다투는 게 번거롭고 싫다고 해서 제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주의가 어딘지 이가 빠진 듯해 보이지만, 그만큼 쓸모가 있으므로 시끌벅적한 것이다.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0. 10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4. 4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